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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이동영]불법의 대가

입력 | 2013-03-11 03:00:00


서울 용산경찰서 소속 임성묵 순경(30)은 3일 새벽 서울 이태원에서 장난감 총을 시민들에게 마구 쏘아대고 미친 듯 차를 몰던 미군을 저지하기 위해 나섰다. 주한미군 3명이 탄 승용차는 한국 경찰의 권위를 비웃듯 실탄을 쏘는데도 아랑곳 않고 임 순경의 발등을 짓밟고 달아났다. 지난해 여름 평택 미군기지 밖에서 한국 민간인을 수갑 채워 끌고 갔던 미군 7명 중 일부는 기소하기 전 유유히 한국을 떠났다고 한다. 한미 주둔군지위협정(SOFA) 규정의 불평등을 따지기 전에 한국 공권력이 헌신짝 취급받는 세태를 보는 듯하다.

▷서울 중구는 8일 덕수궁 앞에서 1년여 동안 불법 농성을 계속해 온 천막촌을 강제 철거하려고 했다. 쌍용차 해고 농성자들은 “강제 철거를 규탄한다”며 맞섰고 경찰이나 단속 공무원은 힘도 못 쓰고 물러났다. 천막 농성 자체가 불법이기도 하려니와 3일 안모 씨가 불을 질러 농성 천막 3동 중 2동이 전부 탄 데다 덕수궁 돌담과 서까래도 그을리는 피해를 입었다. 화재 쓰레기 4.5t을 치우는 데에 중구는 세금 37만1000원을 들였다. 담장과 서까래를 고치고 불탄 가로수를 바꾸는 데는 얼마가 들지 아직 모른다.

▷임 순경은 민간 병원에서 응급 치료를 받은 뒤 경찰병원에 입원 중이다. 임 순경처럼 용감하고 적극적으로 근무하는 경찰관 1명이 병상에 누워 있으면 그가 맡고 있던 지역의 치안력에도 구멍이 생기니 큰 손해다. 고참 경찰관들은 여간해선 총을 쓰지 않는다. 범죄자에게 서라고 명령하고, 공포탄을 쏜 뒤, 실탄을 쏘더라도 하체에 맞히라는 총기 사용수칙을 지킨다고 해도 총에 맞은 범죄자가 손해배상을 청구하면 경찰이 지는 사례가 잦다. 임 순경은 정당하게 법을 집행했지만 한국인에게 총을 쐈다면 오히려 치료비를 물어줘야 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크리스 젠트리 주한 미8군 부사령관은 임 순경을 찾아와 사과하고 치료비와 피해를 변상하겠다고 밝혔다. 임 순경이 미군을 쏜 것에 대해 “비무장 외국인에게 과도한 공권력을 행사했다”는 말은 한마디도 나오지 않았다.

▷덕수궁 농성 천막과 이태원 미군 난동 사건에는 공권력 무시라는 공통점이 있다. 1년 가까이 불법 시위를 해도 괜찮고, 화재 뒤치다꺼리에 세금이 들어가고 문화재가 손상됐는데도 중구는 불법시설을 설치한 쪽이나 불을 낸 사람에게 변상을 요구할 생각이 없다. 실효성이 없다고 지레 짐작했는지, 아니면 자기 주머니에서 나가는 돈이 아니라 그런지 세금으로 쉽게 처리하고 마무리할 태세다. 공권력을 무시하기는 덕수궁 천막이나 이태원 난동이나 비슷하지만 뒤처리는 차이가 크다. 불법행동으로 발생한 피해라면 단 한 푼이라도 세금 들이지 말고 원인 제공자에게 물려야 한다.

이동영 사회부 차장 arg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