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테러 뒤에 숨은 불편한 진실
거대한 민간 여객기가 월드트레이드센터의 한가운데에 박히며 폭발하는 장면을 전 세계인이 지켜봤다. 당시의 ‘충격과 공포’는 미국 국민이 아니어도 모두 생생할 것이다.
2004년에 나온 ‘모든 적들에 맞서’는 바로 이 9·11테러와 관련한 논픽션이다. 저자는 정치군사 분석가이자 30여 년 경력의 국가안보 관련 베테랑 공무원이었다. 9·11 당시 대테러 그룹의 최고책임자로서 사태 대응과 수습 업무를 지휘했다.
9·11 발생 직후 사실을 적나라하게 기록한 뒤 이 책은 냉전시대에 미국이 중동 문제에 깊이 개입하게 된 배경, 알카에다가 미국을 적으로 삼게 된 이유, 저자가 보좌했던 세 대통령의 중동 정책에 대한 설명을 이어간다. 또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왜 이라크를 9·11테러의 배후로 지목했는지를 서술하며, 당시 대규모 침공을 정당화하기 위해 미국 정부가 대량살상무기(WMD)에 대한 잘못된 정보를 전 세계에 퍼뜨렸다는 점을 상세히 짚어내고 있다.
‘모든 적들에 맞서’는 출간 당시 미국 부시 정부의 대테러 및 외교 대책을 강도 높게 비판한 책으로 주목받으며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최근의 역사를 기술한다는 것은 자칫 편향된 시각으로 왜곡된 진실을 전달할 수 있는 위험한 일이기도 하다. 하지만 저자는 10년이나 국정을 보좌한 덕분에 자신이 접근할 수 있었던 내밀한 정보를 바탕으로 미국이라는 거대 국가의 명백히 큰 잘못을 고발했다.
9·11, 이라크 평정, 미국의 대테러 정책과 미국에 의한 세계 역학구도 등에 대한 내막과 진실을 돌아보고자 하는 독자들에게 이 책은 생생하고도 진지한 기록물이자 문학적 가치가 높은 논픽션으로 큰 도움이 될 필독서이다.
이승국 동양증권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