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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day View]조용준, 굴곡진 슬라이더 인생…“뱃속아들 덕에 암도 이겼죠”

입력 | 2013-03-11 07:00:00

‘조라이더’ 조용준이 해설가로 돌아온다. 선수 시절 특급 마무리였기에 고품격 해설을 기대하게 만든다.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트위터@bluemarine007


■ 간암 극복하고 해설가로…조라이더 ‘야구인생 2막’ 조용준

간암 발견때 이미 4cm 암세포
‘짧고 굵게 살았다’ 마음의 정리도
지금의 아내 임신 소식 희망 불끈
암과 정면승부…이젠 회복

143km 슬라이더로 막강 마무리
게으른 천재? 독하게 했는데…

짧았던 선수생활 마치고 해설의 길
팬들 궁금증 확 풀어드릴겁니다


그의 인생 한 모퉁이에서 ‘Nobody knows you when you’re down & out(에릭 클랩튼)’의 기타선율이 들렸다. 2002년 혜성처럼 등장해 신인왕과 구원왕을 석권했고, 부와 명예를 거머쥐었다. 주변에는 사람이 끊이질 않았고, 파티가 뒤따랐다. 그러나 야구인생의 화려한 순간은 그가 던진 140km대의 슬라이더처럼 빠르게 지나갔다. 그의 삶은 자신의 슬라이더처럼 굴곡이 컸다. 클랩튼의 노래처럼 자신의 유명세만 바라보고 접근한 사람들이 등을 돌렸을 때, 병마까지 엄습했다. “그래, 짧고 굵게 살았다.” 간암 수술을 앞둔 그는 조용히 죽음을 예비하고 있었다. 그 때 영화 같은 일이 일어났다. 수술 하루 전날, 예비 아내가 새 생명을 잉태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한동안 멍했다. “이건 신이 나에게 주는 삶의 메지시다.” 악착같이 살아남아야겠다고 마음을 고쳐먹었다. 마운드 위에서 보여줬던 싸움닭 근성으로, 100번이고 1000번이고 암세포와 싸우겠노라고 다짐했다. 아내는 임신기간 내내, 투병 중인 그의 곁을 지켰다. 그렇게 사랑의 힘으로 2년을 보냈다. 삶에 대한 의지를 심어준 아들은 어느새 첫 돌을 맞았고, 건강도 시나브로 회복했다. 제2의 야구인생을 시작하는 조용준(34)은 ‘조라이더’의 명성에 걸맞은 날카로운 해설로, 시청자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을 계획이다.

-건강은 좀 어떠세요?

“종종 검사를 하는데, 결과를 기다릴 때면 아직도 떨려요. 하지만 결과는 항상 좋습니다. 간수치도 정상이고.”

-2011년 6월, 간암 판정을 받았을 때 심정은 어땠나요?

“통증이 있어서 병원에 갔는데, 암세포가 4cm나 된다더라고요. 암세포가 여러 군데 퍼져있으면 수술도 못한대요. ‘그러면 어떻게 되느냐?’고 물었더니, 죽는 거라고 하더군요. ‘내가 못해본 게 뭐가 있나? 부모님께 사랑한단 말을 못 했구나’, 이 생각이 제일 먼저 들었어요.”

-수술을 기다릴 때의 마음은요?

“다행히 수술은 할 수 있는 상황이었어요. 그래도 삶을 보장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니까,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 짧고 굵게 살았구나. 멋지게 가자.’ 죽음을 받아들이고 정리하기로 마음을 먹었죠. 그런데…. 수술 전날 새벽 3시쯤 전화가 왔어요.”

-어떤 전화요?

“처형될 분이셨어요. ‘(황)재니(31·현재 아내)가 임신한 것 알고 있느냐’고 물으시더라고요. ‘이제 어떻게 할 거냐’고…. 저는 ‘당연히 결혼하고 낳아야죠!’라고 얘기했어요. 그리고 아내를 바꿔달라고 한 다음에 물었죠. ‘왜 얘기 안했냐?’고…. 그 순간 생각이 바뀌더라고요. 신이 내게 살라고 이러나보다. 그래, 살아야지. 수술해도 내 몸에 암 덩어리가 남아있다면, 100번이고 1000번이고 싸워서 이긴다. 누가 이기나 한번 해보자.”

-수술 직후 아내 분이 고생을 많이 하셨겠네요.

“임신 초기니까 당연히 피곤한데, 제 몸이 아프니까 티를 못 냈어요. 아기를 가진 몸으로 제가 수술 받은 이후 47일간 병원에서 간호를 해줬어요. 힘들단 얘기 단 한번도 없이요. 만삭 때까지도 뭐 먹고 싶단 얘기 한번 안했죠. 아들 ‘라온’이에게도 고마워요. 아빠가 아픈 걸 알아서 그런지 뱃속에서 얌전하게 있더라고요. 덕분에 아내도 입덧 한번 안했고요.”

-아내 분이 멋지게 야구하는 모습을 못 봤는데, 일찍 은퇴한 것이 아쉽지 않나요?

“대학교 1학년 때 어깨수술 하고, 수술 판정 받은 어깨로 8년을 더 던졌으니…. 제 어깨 뒤쪽 근육은 함몰돼 있어서 신경이 막혀있어요. 공을 던지기 위해 팔을 앞으로 뻗을 때, 브레이크 작용을 하는 부분이에요. 프로 입단할 때 이미 팀에서도 어깨 수술을 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어요. 김재박 감독님께서 저를 혹사시켰다고 말씀하시는 분들도 있는데, 사실과 달라요. 관리를 잘해주셨고, 항상 제게 ‘할 수 있냐?’고 물어보셨어요 그 때마다 제가 ‘할 수 있습니다’라고 해서 나갔습니다. 솔직히 그 때는 선수생활이 어떻게 될지 모르니 그냥 쏟아 붓겠다는 생각뿐이었어요.”

-게으른 천재라서 선수생명이 짧았다는 말도 있습니다.

“게으른 천재, 반항아, 청개구리, …. 이런 얘기 많이 들었죠. 하지만 전 게으른 천재는 없다고 생각해요. 대학교 때까지는 정말 운동 독하게 했어요. ‘지금 여기서 멈추면 가족 중에 누군가가 죽는다’고 자기 암시를 주면서까지 훈련했거든요. 그런데 목표였던 프로선수가 되고 입단하자마자 성공을 하니까 솔직히 어느 순간부터 나태해졌어요. ‘아, 이제 나는 무엇을 목표로 해야 하지?’,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조용준의 재능에, 김수경(넥센 코치)의 성실성을 갖추면 최고의 선수가 될 것이라는 얘길 들은 적이 있습니다.

“제가 만약 (김)수경이처럼 운동했다면, 선수생활을 좀더 했을 것 같기는 해요. 150km를 던지기 위해선 그 정도의 근력을 만들어야 하는데, 제가 솔직히 그렇게 못했거든요. 사실 최고의 몸 상태로 야구를 한 것은 2002년밖에 없는 것 같아요. 야구에만 미쳐있었고…. 그 때는 이승엽(삼성) 선배가 나오면 더 신이 났었죠.”

-이택근(넥센)은 ‘(조)용준이 형이 마인드는 최고’라고 얘기합니다.

“신인 때 처음으로 블론(세이브)을 하고 내려왔는데, 너무 화가 나더라고요. 글러브 집어던지고 난리를 쳤죠. 김시진(롯데 감독) 투수코치님께서 그러시더라고요. ‘너 때문에 이긴 경기가 얼만데….’ 그 때 많은 걸 느꼈어요. 침울할 때, 주변에서 위로를 받는 게 더 스트레스일 때도 있잖아요. 아예 제가 ‘나 때문에 이긴 경기가 얼만데요’라고 씩씩하게 얘기하면, 주변에서 블론에 대해 얘길 하지 않죠. 연인과 이별을 했다고 가정해보세요. ‘잊어야지, 잊어야지’ 상기하면, 더 오랜 시간 못 잊어요. 그냥 끝 하고 다른 거 하면 되거든요.”

-오승환(삼성)과 자신을 비교해보자면 어떤가요?

“저는 비교대상이 안되죠. 오승환은 위기가 없잖아요. 주자도 안 내보내고. 반면에 저는 꾸역꾸역 막았죠. 보는 사람이야 더 재밌었을 수 있겠네요.(웃음)”

-대명사인 슬라이더는 어떻게 탄생하게 된 거죠?

“제가 야구를 뒤늦게(중1) 시작했어요. 어깨만 좋았지, 처음엔 포스아웃이 뭔지도 몰랐죠. 그러다 고1 말에 장호연 감독님을 만나면서 본격적으로 투수가 됐어요. 저는 직구를 던졌는데, 공이 휜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본격적으로 연마를 시작했죠. 고2 때도 슬라이더가 시속 138km 정도 나온 것 같아요. 그 덕에 대학도 잘 갔죠. 고2 때 고려대와 연습경기를 하는데 제가 삼진을 많이 잡았거든요. 그 덕에 연세대로 스카우트 됐어요. 연고전을 대비한 거였대요.(웃음)”

-슬라이더가 너무 빨라 커터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던데, 본인 생각은요?

“구속이 제일 잘 나올 때는 직구 140km대 후반에 슬라이더는 143km까지 나온 것 같아요. 구속만 보면 커터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타자들에게 물어봤더니, 커터보다는 각이 크다고 얘길 해요. 저도 슬라이더라는 느낌으로 던졌고요.”

-어떤 해설을 하고 싶나요?

“대학 때 운동부가 아닌 친구들과도 종종 어울리곤 했어요. 그 때 많이 놀랐죠. 영화 한편을 봐도 심오한 얘길 하는 거예요. 저는 기껏해야 ‘어, 재밌다. 주인공은 누구였지?’ 이 정도였는데, 그 친구들은 항상 ‘왜’를 생각하더라고요. 그냥 ‘잘 쳤다, 잘 던졌다’가 아니라, 팬들에게 ‘왜’라는 설명을 친절하게 해줄 수 있는 해설을 하고 싶습니다.”


조용준은?

▲별명=조라이더(조용준+슬라이더)
▲생년월일=1979년 3월 17일
▲출신교=여수중∼순천효천고∼연세대
▲프로지명=1998신인드래프트 현대 2차 5순위
▲프로입단=2002년 현대 계약금 5억4000만원
▲수상내역=2002년 신인왕 구원왕(37세이브포인트), 2004년 한국시리즈 MVP(7경기 12.1이닝 무자책 3세이브 11탈삼진),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 금메달(2010시즌 후 은퇴)
▲통산성적=234경기 23승17패5홀드116세이브 방어율 2.59(299이닝 278탈삼진)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트위터@setupman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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