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 포스터… ‘최신가요 방송’ 공약으로 ‘구애’
전교회장 후보로 나서는 초등생들이 가장 공을 들이는 것은 후보와 공약을 소개하는 포스터. 손바닥 크기의 증명사진을 붙이고 후보의 이름과 등록 번호, 주요 공약을 적는 식의 판에 박힌 포스터로는 더이상 경쟁력이 없다는 게 학생들의 판단. 최근에는 만화나 드라마, 영화 등 학생들에게 인기를 모은 대중문화 장르의 장면을 활용해 포스터를 만드는 방법이 떠오른다.
한편 선거에 상대적으로 관심이 부족한 친구들의 표심까지 얻으려면 아이돌 가수를 좋아하는 대다수 학생들의 마음을 흔드는 ‘센스 공약’도 필수. 최근 경기지역의 한 초등학교 전교회장 선거에 출마한 B 군은 ‘등교음악, 최신가요로 변경’이라는 공약으로 학생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이 학교에 다니는 정모 양(13)은 “평소 등교할 때 학교에서 틀어주는 음악이 정적이고 지루해서 싫었다. 등굣길에 인피니티 오빠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으면 매우 행복할 것 같아 그 공약에 마음이 끌렸다”고 했다.
식상한 후보연설 ‘No’… ‘반장스타일’ 노래+말춤
회장선거에 나서는 후보라면 가장 힘을 주어 준비하는 것은 ‘후보 연설’이 아닐까. 하지만 진지하고 건조한 후보연설에 학생들은 고개를 돌리기 십상이다. 정말 학교와 학급을 이끄는 리더가 되고 싶다면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친구들 앞에서 한 번쯤 망가지는 노력은 필수.
가수 싸이의 노래 ‘강남스타일’을 ‘반장스타일’로 개사한 노래를 부르며 말춤을 추는 콘셉트는 이미 많은 학생들이 사용한 인기 아이템. 실제로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초등학생 반장 연설문’을 검색하면 ‘연설 같은 것은 하지 말고 강남스타일이나 개사해서 불러보라’는 조언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초등 2학년 때부터 학급회장을 여러 번 맡은 신가은 양(11·서울선사초 5)은 “후보 연설이 길어지면 친구들이 지루해하기 때문에 핵심 공약만 간결하게 발표한 뒤 ‘우리 반 반장은 신가은 아니면 안 돼∼’라고 마무리 멘트를 덧붙였다”고 했다.
이강훈 기자 ygh8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