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화살(2)
김재원 동양고전학자
과유불급(過猶不及·지나친 것은 부족함만 못하다는 뜻)이란 말도 있듯이 뭐든지 지나치면 병이 생기는 법. 성생활도 법도에 어긋나거나 지나쳐 음란해지면 몸에 병이 든다. 성병이 생기기도 하고 오장육부 중 성적 에너지를 주관하는 신장 방광을 다칠 수 있다. 정신병이 오기도 하고 다른 장기도 나빠진다.
허준이 지은 동의보감(東醫寶鑑)에 의하면 신장은 남자의 정(精)을 주관하고 여자의 포(胞·자궁)를 관리한다. 신장 방광을 다치면 근골격계가 약해지고 모발이 줄어들며, 빨리 늙는다. 비뇨기에 각종 질병이 나타나고 여성은 건강한 아이를 낳을 수 없다.
연 월 일 시
辛 辛 丙 庚
酉 卯 子 寅
(1921년 2월 5일 생)
인간의 삶은 외롭다. 그 외로움은 남녀가 음양으로 서로 합하고자 하는 에너지가 된다. 시인 황지우는 ‘섹스는 지독하게 고독한 작은 죽음’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인간은 고독해서 섹스를 하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섹스에도 지혜가 필요하다. 남녀 간의 성관계에도 법도가 있고 금기가 있다. 사랑과 결합되지 않은 섹스나 쾌락만 추구하는 절도에 맞지 않는 난잡한 섹스는 황음(荒淫·어지러이 음란한 짓을 함)이다. 황음은 정신적 황폐함은 물론 신체적 질병을 가져온다.
서양에서는 섹스의 3대 기능이라고 하는 건강 생식 쾌락 중 쾌락 쪽을 극단적으로 발전시켜 포르노 문화가 번성해 왔다. 이에 비해 동양에서는 성생활을 건강, 장수 쾌락을 조화시키는 양생법으로 이해했다. 인도의 카마수트라, 중국의 소녀경(素女經) 등이 대표적인 고전인데 성생활 비법, 즉 방중술(房中術)을 다루고 있다.
소녀경은 중국 고대 방중술을 기술한 의서이자 성의학 책이다. 이 책은 소녀(素女)라는 여인이 황제에게 남녀의 성관계에 대해 문답하는 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책에는 나이와 건강 상태에 따라 섹스의 횟수와 방법, 섹스를 할 때 지켜야 할 법도 등이 구체적으로 설명되어 있다.
황제가 소녀에게 물었다. “내가 기(氣)가 쇠약하고 평안하지 못하며 마음이 즐겁지가 않고 몸이 위태로울까 봐 두렵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가?” 소녀가 답했다.
“보통 사람이 쇠약해지는 것은 음양의 교접하는 도리에 어긋나기 때문입니다. 능히 음양이 교접하는 도리를 알게 되면 다섯 가지 즐거움이 있지만 그것을 모르는 자는 목숨을 일찍 잃게 될 터이니…”
또 소녀경에는 남녀의 성관계에 대한 금기사항이 나와 있다. 음식을 배불리 먹거나 술에 취했을 때, 심한 노동으로 몸이 피곤할 때, 여성과 음탕한 이야기를 해서 흥분했을 때 등에는 성관계를 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금기사항을 어기면 내장이 손상되고 정신적으로 우울증이 생기기도 하며 잉태를 해도 건강한 아이를 낳을 수 없다고 한다.
허준의 동의보감에도 성생활의 법도, 건강과 관련된 글이 많이 나온다. 이런 내용이 있다. “음양의 도에 있어서 정액이 보배이니 삼가서 지키면 수명을 연장할 수 있다.” 건강, 장수하려면 절제하는 마음, 법도에 맞는 성생활이 필수다.
《 필자는 40여 년 동안 주역 및 사주명리학과 동양고전을 연구해왔으며 그동안 30여 권의 역학 해설서를 펴냈다. 》
김재원 동양고전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