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파로티’의 이제훈
입대하기 전 그의 필모그래피에서 한 획을 그을 영화 ‘파파로티’를 남긴 이제훈(왼쪽). 한석규와의 연기 앙상블이 인상적이다. 쇼박스 제공
‘파수꾼’ ‘고지전’에서 “연기 좀 한다”는 얘기를 들었던 이제훈. ‘파파로티’는 그의 작품 중에서도 정점을 이루는 영화다. 그는 이 영화에서 부모 없이 할머니 손에서 자라 조폭이 된 고교생 장호로 변신했다. 하지만 장호는 성악가로서 뛰어난 재능과 열정을 가졌다. 좌절한 천재 성악가로 교사가 된 상진(한석규)이 그와 티격태격 정을 나눈다.
이제훈의 연기는 대선배 한석규에게도 밀리지 않는다. 투톱 무비에서 한 배우의 연기가 기울었다면 작품은 망가졌을 것이다. 이제훈은 조폭과 고교생으로 이중생활을 하는 어려운 캐릭터를 흠잡을 데 없이 소화해냈다. 조폭이라는 낯선 역할을 의식해 오버하지 않았다.
더욱 놀라운 점은 이제훈의 다작이다. 그는 지난해 봄 ‘건축학 개론’부터 ‘점쟁이들’ ‘분노의 윤리학’, 그리고 이 영화까지 1년 동안 네 편을 찍었다. 군복무 기간에 잊혀지는 게 두려웠기 때문인지 최대한 많은 작품을 남기고 갔다. 입대 이틀 전인 지난해 10월 23일까지 ‘파파로티’를 촬영하는 의지를 보였다.
배우들의 큰 두려움은 잊혀지는 것이다. 그도 예외는 아니다. 하지만 그런 걱정은 안 해도 될 것 같다. 이 영화를 통해 그는 관객의 뇌리에 꽤 깊은 인상을 남길 것이다. ‘고지전’의 목욕신에서 선보인 매력적인 뒤태처럼 말이다.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