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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산서 고교생 투신자살…학교 CCTV 사각지대서 폭행 당해

입력 | 2013-03-12 08:28:00


고교 신입생이 중학교 시절부터의 학교 폭력을 당했다며 투신 자살해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지난 11일 오후 7시 40분께 경북 경산시 모 아파트 23층에서 고교 1년생 최모(15)군이 뛰어내려 숨졌다. 숨진 최군의 가방에는 공책 2장 분량의 유서가 들어 있었다.

최군의 유서에는 '2011년부터 현재까지 5명으로부터 폭행 및 갈취 등 괴롭힘을 받았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가족에게 미안하다는 글을 남긴 최 군은 자신을 괴롭힌 5명의 이름도 적어 놓았다.

유서에는 '경찰 아저씨들 내가 이때까지 괴롭힘 받았던 얘기를 여기다 적을께요. 학교폭력은 지금처럼 해도 백퍼센트 못 잡아내요. 반에서도 화장실에서도 여러가지 시설들이 CCTV가 안 달려 있거나 사각지대가 있습니다. 괴롭힘은 주로 그런데서 받죠'라고 적혀 있다.

또 '주로 CCTV 없는 곳이나 사각지대. 있다고 해도 화질이 안 좋아 판별하기 어려운 데서 맞습니다…내가 당한 것은 물리적 폭력, 조금이지만 금품갈취, 언어폭력 등등. 학교폭력을 없앨려고 하면 CCTV를 더 좋은 걸로 설치하거나…'는 내용이 있다.

특히 최군은 가해학생 5명 가운데 1명이 금품갈취를 했다고 밝혔다.

최군 아버지는 "김군은 2011년 겨울부터 5개월 넘게 우리집에서 밥 해먹이고 옷을 사 입혔던 아들 같은 아이였다"며 "가정 형편이 나빴던 김군을 아들처럼 데리고 살았는데 이게 화근이었다"고 한탄했다.

경찰은 사건 발생 후 최군이 투신한 아파트 CCTV를 분석, 사고 당일 최군의 행적 일부를 밝혀냈다.

지난 11일 오전 6시 21분 집을 나선 최군은 오전 7시 1분께 같은 학교의 친구 박모(15)군과 만났다. 이후 기차와 버스를 타고 50여분 뒤 청도군 풍각면에 위치한 고등학교에 도착했다.

하지만 최군은 학교에 들어가지 않고 친구와 헤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오후 6시 43분께 집으로 돌아온 최군은 50여분 뒤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경찰은 최군의 시신을 부검하고 가해자로 지목된 학생 5명에 대한 조사에 나섰다. 또 최군의 중학교 및 고등학교 담임교사 등을 상대로 자세한 사건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강신욱 경산경찰서 수사과장은 "유서만으로는 특정 일자나 정확한 피해내용을 확인하기 어렵기 때문에 최군의 휴대전화를 분석하고 학교 관계자, 친구 등을 수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동아닷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