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헬스&뷰티]봄, 면역력의 두 얼굴

입력 | 2013-03-13 03:00:00


《 만물이 생동하는 계절. 활기가 넘치는 봄이다. 하지만 의학적으로는 아주 주의해야 할 계절이기도 하다. 면역력이 떨어지기 쉬운 시기이기 때문. 아침저녁으로 일교차가 큰 데다 황사와 꽃가루 등이 날려서 바이러스에 대한 저항력이 낮아진다. 면역력이 떨어지면 감기에도 자주 걸린다. 눈이나 입에 염증도 툭하면 생긴다. 배탈이나 설사가 잦은 것도 면역력이 약해졌다는 증거다.



특히 어린아이와 노약자가 있는 가정에선 환절기 건강관리에 신경을 써야 한다. 면역력, 어떻게 키울 수 있을까? 》

면역력이 떨어지면 바이러스 질환에 취약해진다. 감기에 자주 걸리고 눈이나 입에 염증이 잘 생긴다. 한림대성심병원 제공


1. 위생가설… 적당히 지저분한 삶 건강에 오히려 좋아

‘위생가설’이라는 게 있다. 인간의 면역계가 성숙하려면 세균을 포함한 외부 환경으로부터의 자극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며 그런 자극이 없으면 면역력이 떨어진다는 이론이다. 쉽게 말해, 지나치게 깨끗한 환경에서만 성장하면 오히려 알레르기나 아토피피부염과 같은 병에 더 잘 걸릴 수 있다는 것.

이 가설을 뒷받침하는 사례도 있다. 2002년 9월 발표된 ‘에스토니아 어린이와 스웨덴 어린이의 환경 비교를 통한 아토피 질환 조사’가 대표적이다.

이 조사에 따르면 저개발국으로서 위생 상태가 떨어지는 에스토니아 어린이가 선진국인 스웨덴 어린이보다 아토피성 질환에 덜 걸린다. 형제가 많고 농촌에 거주하는 아이들일수록 형제가 적고 도시에 사는 아이들보다 알레르기 질환에 덜 걸린다는 연구 결과가 유럽과 일본에서도 발표된 바 있다.

국내에서도 비슷한 연구가 있었다. 2011년 이소연 한림대 성심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서울과 소도시, 시골에 사는 9∼12세 어린이 1749명을 대상으로 알레르기 질환을 유발하는 요인을 알아내기 위한 검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천식, 알레르기비염, 아토피피부염 모두 시골보다 도시에서, 소도시보다는 대도시에서 발병률이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 교수는 “한번 병에 걸리면 우리 몸에 항체가 생긴다. 그러면 다시 병원균에 노출되더라도 이길 수 있는 만큼 충분한 면역력이 생긴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어 “그렇지만 요즘에는 과도하게 깨끗한 환경으로 인해 병원균에 노출될 기회가 적어 오히려 면역체계의 불균형이 생긴다”고 밝혔다.

정대철 서울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어렸을 때 흙을 만지고 놀면서 자란 아이가 잔병에 걸리긴 했지만, 나이가 들면 감기에 잘 안 걸리는 경우가 있다”면서 “성장기에 여러 물질과 접촉하면서 결과적으로 면역력이 커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 교수는 “만약 이런 과정이 없으면 면역력이 커지지 않고, 그런 상태에서 바이러스에 노출되면 열이 나고 기침을 하는 등의 반응이 일어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적당히 지저분하게’ 생활하는 것이 면역력 강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2. 충분한 수면·스트레스 탈출… 생활습관을 바꾸자

환절기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충분한 수면을 취해야 한다. 잠을 자는 동안에는 몸의 긴장이 풀어져 면역세포 중 하나인 헬퍼T세포와 NK세포의 기능이 활발해진다.

오후 11시부터 오전 3시까지는 면역력을 높여주는 호르몬인 멜라토닌이 분비되는 시간인 만큼 이때 깊은 잠을 자도록 한다.

스트레스는 건강의 적이다. 스트레스는 우울증, 불안장애 등 정신질환은 물론 심혈관계 질환 및 감염성 질환, 암, 자가면역질환에까지도 영향을 미친다.

면역력도 마찬가지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이에 적응하고자 우리 몸이 반응을 일으켜 시상하부와 뇌하수체, 부신축, 교감신경계 외에도 면역계까지 관여한다.

따라서 면역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스트레스를 최대한 받지 말아야 한다. 자주 웃고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햇볕을 많이 쬐고 가족 친구들과 편안한 만남을 하도록 한다.

지나치게 위생적인 환경이 좋지 않다지만 손을 씻는 것만큼은 철저히 해야 한다. 신체 중 가장 많이 쓰이는 손을 통해 우리 몸에 세균이 침투하는 때가 많다.

손만 제대로 씻어도 감염 질환의 70% 정도는 예방할 수 있다. 돈을 만진 뒤, 애완동물과 놀고 난 뒤, 코를 풀거나 기침을 한 뒤, 기저귀를 간 뒤, 상처를 만지기 전후, 음식을 먹기 전 및 날음식을 만진 뒤, 외출한 뒤에는 반드시 손을 씻는다. 식습관도 중요하다. 영양소가 풍부한 음식은 방어력을 강화하고 감염과 질병에 대항하는 힘을 길러준다.

면역기관이 제 기능을 발휘하도록 하는 비타민C와 항바이러스물질인 비타민A, 항체 생산을 활발하게 하는 비타민E 등이 대표적이다. 제철 과일과 야채에는 이런 영양분이 풍부할 뿐 아니라 약품 처리가 적으므로 많이 먹는 게 좋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