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틴 프로스트 작가 전 파리 7대학 동양학부 한국학과 교수
1970년대면 어차피 산에 올랐더라도 지금만큼 산책하면서 즐길 수 있는 예쁜 등산 코스라는 것도 없었다. 시내에는 빌딩은커녕 작은 집과 건조한 맨땅뿐이었다. 나무는 전쟁 때 많이 없어진 데다 온돌을 데우는 땔감으로 쓰다 보니 서울 시내와 근교에서는 열매가 나는 감나무를 빼곤 푸른 나무를 보기가 어려웠다. 젊은 사람들은 삭막한 데다 현대적인 고층 건물들이 보이지 않았던 그 시대를 아마 상상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만큼 지금 한국의 경제 수준이 높아지고 환경도 많이 변했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앞에서 묘사한 눈으로 쉽게 볼 수 있는 변화 외에도 한국 사회가 국제화되면서 다른 큰 변화도 동시에 많이 생기고 있는 것 같다. 눈으로 확인할 수 없지만 분명히 옛날과 달라진 것들, 예를 들면 언어의 변화가 그렇다. 오랜만에 한국에 돌아와서 살아보니 언어 습관들이 꽤 많이 달라진 걸 느낀다.
다시 말해 ‘사랑해요’ ‘행복해요’같이 과거에는 말하기 쑥스러워했던 표현들이 매우 흔해지고, 언어로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옛날보다 훨씬 더 생활화됐다. 어찌 보면 프랑스에서보다 더 많이 쓰인다고 생각될 정도다. 쉽고 순한 한국말로 된 그 짧은 문장으로 자기 마음을 간단히 표현할 수 있으니 편리한 모양이다. 그런데 그 말을 많이 쓰는 것이 과연 좋은 것인지는 의문이다. 또 과거 기성세대와 지금의 젊은 세대의 마음속에서 느끼는 사랑의 감정이 서로 다른 것인지도 궁금하다. 흔해진 만큼 사랑하는 마음이 예전보다 많아졌을까? 혹시 하도 많이 듣는 바람에 그 말의 깊이가 얕아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
나는 “Je t'aime”(사랑한다)를 많이 쓰는 프랑스 출신인 만큼 “사랑한다”고 말하는 것이 좋지 않다거나 말로 자신의 감정을 표현할 필요가 없다고 이야기하려는 게 아니다. 옛 유교사상이 더 낫다고 주장하려는 것도 아니다. 다만 오랫동안 지속된 문화와 생활습관이 완전히 변해버린 현상이 어쩌면 요즘 한국 사회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세대 간의 격차나 소통의 문제를 야기한 게 아닌지 가끔 궁금해진다.
아무리 ‘십 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하지만 한국 사회는 너무 빨리, 그리고 깊은 분석 없이 변하고 있는 것 같다. 물론 이는 경제가 발전하고 서구 문화가 빠르게 유입돼 정착하는 가운데 벌어지는 당연한 변화이겠지만 한국 전통의 고유함이나 좋은 점들은 잃지 않으면서 계속 발전하는 모습을 기대해 본다. 이것이 한국의 힘이기 때문이다.
마르틴 프로스트 작가 전 파리 7대학 동양학부 한국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