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취직’ 속셈으로 자작극… 30대 사기미수 혐의로 기소
“당신을 납치해 오면 10억 원을 준다는 사람의 전화를 받아서 마음이 흔들렸어요. 하지만 안 하려고요.”
지난해 10월 30일 서울 강남구 타워팰리스 로비. 김모 씨(34)의 이런 말을 들은 최모 씨(여)는 두려움에 떨었다. “원하는 게 뭐냐”고 묻자 김 씨는 “그저 일자리를 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최 씨의 남편은 당시 삼성그룹 전략기획실 사장 김인주 씨다.
로비에서 만나기 몇 시간 전 김 씨로부터 “꼭 할 말이 있다”는 전화를 받은 최 씨는 남편과 상의해 경찰에 신고했고, 김 씨는 잠복해 있던 경찰에 붙잡혔다. 2010년 호프집 사업 실패로 1억 원의 빚을 진 김 씨는 삼성 직원이 되고 싶었다. 2004년부터 2년간 삼성그룹 협력업체에서 일하면서 든 생각이었다. 그는 실세를 알면 취직할 수 있다고 믿고 김 사장에게 접근을 시도했다. 함께 일했던 후배 강모 씨(33·여)에게 부탁해 김 사장과 가족의 인적사항을 알아냈다. “가족을 노리는 괴한이 있다”고 알려주면 이를 고마워한 김 사장 측이 대가를 물어볼 것이고 이때 취직자리를 부탁한다는 계산이었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