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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정부, 노동계에 빚 없어… 소신 펼 기회로”

입력 | 2013-03-13 03:00:00


박근혜 대통령은 선거 때 노동계로부터 별다른 지지를 받지 못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과 정책연대를 맺었던 이명박 전 대통령, 노동계의 폭넓은 지지를 받았던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구별되는 부분이다. ‘노동계 끌어안기’에서 박 대통령은 분명 불리한 출발점에 서 있다. 하지만 노동계에 진 ‘빚’이 없다는 점에서 유리한 점도 많다. 역대 정부와 차별화한 새로운 리더십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각별한 관계 속에서 출발한 이명박 노무현 전 대통령은 허니문 기간을 제외하고 임기 내내 노동계와 대립각을 세웠다. 결과적으로 노동계가 원하는 리더십을 보이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명박 정부는 대선 직전 한국노총과 정책연대에 성공했다. 하지만 이는 ‘정치연대’라는 비난을 받았다. 이듬해 치러진 18대 국회의원 선거 때 당시 한나라당 의원으로 한국노총 출신이 4명이나 당선됐다.

정치연대도 오래가지 못했다. 노동관계법 개정 여부를 놓고 정부와 한국노총은 사사건건 대립했다. 이명박 정부는 노사관계에서 법과 원칙을 강조했다. 마치 노동계에 으름장을 놓는 듯했다. 결국 한국노총은 2011년 2월 정책연대를 파기했다. 민주노총과는 좀처럼 간극을 좁히지 못했다. 정문주 한국노총 정책본부장은 “(이명박 대통령은) 협약서에 사인만 했을 뿐 이행된 게 없었다”며 “겉으로 그럴듯하고 진정성이 없는 리더십 탓에 현장에서는 극단적인 갈등이 빚어졌다”고 분석했다. 그는 “다행인 것은 새 정부가 한국의 경제사회 현실을 정확히 진단하고 있는 점”이라며 “박 대통령이 강력한 의지를 갖고 추진하면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말했다.

노무현 정부 때는 ‘과욕’이 문제였다. 인수위 때부터 두산중공업 철도노조 화물연대 조흥은행 전교조 등의 파업이 잇따랐다. 정부는 ‘중재자’를 자처하며 개입했고 대부분 노조에 유리한 결과로 이어졌다. 결국 국민 불편과 혼란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뒤늦게 일부 사업장에 공권력 투입 등의 조치가 이뤄졌다. 노무현 정부와 노동계의 갈등은 심화됐다. 모든 문제 해결의 총대를 메는 리더십이 낳은 부작용이었다. 최영기 경기개발연구원 초빙선임연구위원은 “노동계의 ‘기대 과잉’에 정부가 호응하면서 일시에 균형이 무너졌다”고 지적했다. 최 위원은 박근혜 정부의 ‘서두르지 않는’ 모습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인수위 때나 정권 초기 강력한 권력을 이용해 노동계 ‘민원’을 해결하면 대중적 인기를 모을 수 있다. 권력자라면 이런 유혹을 뿌리치기 힘들다는 것이다. 그는 “힘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보다 기존 질서를 존중하면서 서서히 풀어가는 것이 낫다”며 “노동계도 대화 파트너로서의 자세를 가질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