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화 강동소아정신과의원 원장
“‘야동(야한 동영상)’을 처음 보았을 때 너무 자극적이어서 눈을 뗄 수가 없었어요. 호기심에 계속 보다 보니 장면들이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아 다시 보게 되었어요.” “학교에 가면 친구들이 모두 ‘야동’ 속에 나오는 사람처럼 보였어요. ‘야동’을 매일 보다 보니 따라해 보고 싶은 충동을 참을 수 없었어요.” 성충동을 이겨 내지 못하고 성폭행이나 성추행과 같은 성범죄를 저지르는 학생들이 한결같이 하는 말이다.
2008년 대구 모 초등학교에서 발생한 ‘집단 성폭행 사건’도 초등학생들이 인터넷을 떠도는 음란물을 성적(性的) 놀이로 생각하고 아무 죄책감 없이 그대로 따라 한 것으로 밝혀져 우리 사회에 큰 충격과 파문을 일으켰다.
2012년 5월 행정안전부가 초등학교 5학년생부터 고등학교 2학년생까지 1만2000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청소년 성인물 이용 실태 조사’에서도 39.5%가 성인물을 본 적이 있다고 답했다. 이들은 대부분 호기심 또는 재미로 봤다고 했다. 이는 중독 1단계다. ‘안 보면 허전하다’는 금단증상을 호소하는 아이들이 16.1%였고, ‘더 자극적인 성인물에 집착하게 되었다’는 내성을 보이는 아이들(2단계)도 14.0%에 달했다. 16.5%는 ‘변태적인 장면도 자연스럽게 여기게 되었다’(3단계)고 대답했다. 14.2%가 ‘따라 하고 싶었다’고 했고 ‘성추행, 성폭행 충동을 느꼈다’고 답한 아이들도 5%나 됐다(4단계).
우리나라 청소년 열 명 중 한두 명은 이미 음란물 중독에 빠져 있으며 범죄로 연결될 수도 있는 성충동을 매일 느끼며 살고 있다.
더 우려되는 것은 음란물을 처음 접하는 나이가 점차 어려지고 있다는 것이다. 성범죄를 저지른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초등학교 1∼3학년 때 음란물을 처음 접한 학생의 성범죄 비율이 가장 높은 것으로 밝혀졌다. 음란물을 처음 본 나이가 어릴수록 중독의 위험이 높고, 성범죄의 위험도 높아진다.
그러나 음란물 중독으로 인한 성범죄 충동은 아이들이 겪게 되는 여러 심각한 문제들의 일부에 불과하다. 감수성 높은 시기에 포르노물에 노출되면 아이들의 뇌는 어느 시기보다 큰 손상을 입게 된다.
음란물 중독은 게임 중독보다 더 심각한 후유증을 남긴다. 음란물 중독 예방을 위해 가정에서는 음란 사이트 차단 프로그램을 설치해야 할 뿐 아니라 가정 내 인터넷 사용 수칙을 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부모는 자녀가 평소에 인터넷과 스마트폰으로 무엇을 찾아보는지 지켜보아야 한다.
부모와 교사는 ‘야동’(아이들과 대화 할 때는 ‘음란물’, ‘포르노’보다는 ‘야동’이라고 하는 것이 대화하기 쉽다)에 대하여 아이들과 대화할 수 있어야 한다. 음란물 중독에 빠지면 모방하고 싶은 충동 때문에 성범죄자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아이들에게 일러 주어야 한다. 음란물을 통해 상대에 대한 존중과 배려가 빠진 왜곡된 성의식을 가지게 되면, 자라서 정상적인 남녀 관계나 결혼생활이 불가능하게 된다는 것도 가르쳐야 한다.
김영화 강동소아정신과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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