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 피해자 내팽개치는 사회… 가해자에겐 한없이 너그러워
차관들 폭력근절 대책 회의 학교폭력 근절 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정부 차관 회의가 열렸다.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11층 회의실에서 김동연 국무총리실장(오른쪽에서 두 번째)이 교육과학기술부, 경찰, 검찰 등 관련 부처 차관급 관료들과 함께 토론하고 있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 ‘죽기 아니면 외톨이 되기’
이 군 가족은 상담치료비를 대느라 빚더미에 앉았다. 정신과 상담은 건강보험 적용이 안 돼 시간당 10만 원가량 든다. 피해 학생 치료를 지원하는 학교안전공제회의 도움을 받으려 했지만 절차가 복잡해 한 번밖에 이용하지 못했다.
○ 가해자 처벌 결과 피해자는 몰라
이 군은 요즘 울면서 잠에서 깨는 일이 잦다. 학교폭력 사건으로 법정에 섰던 악몽을 자주 꾼다. 당시 가해 학생 측 변호사는 이 군에게 수학여행 때 가해자들과 찍은 사진과 가해자들이 과자를 먹여주는 사진을 내보이며 “이렇게 웃으며 어울리는데 괴롭혔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따져 물었다. 이 군은 그 사진을 찍던 날 밤에도 화장실에서 30분 넘게 구타당했고, 과자 역시 ‘남은 것을 처리하겠다’며 억지로 퍼 먹인 것이었다.
기자가 아버지를 인터뷰하는 내내 말이 없던 이 군은 당시 재판 얘기가 나오자 “저를 괴롭힌 애들이 그 후 어떻게 됐는지 몰라 너무 억울하다. 죽어버릴 것 같다”고 말했다. 재판은 지난해 9월 끝났지만 이 군은 가해자들이 어떤 처분을 받았는지 알지 못한다. 서울가정법원과 학교 측에 여러 차례 결과를 문의했지만 “청소년 신상 정보는 알릴 수 없다”며 거절당했다. 현행 소년법은 가해 청소년의 재판 결과를 공개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법원 관계자는 “가해자에 대한 교화가 우선이라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군과 가족은 법정에 섰던 가해자 6명 중 3명이 무죄로 풀려나고 나머지에겐 보호처분 등 가벼운 조치가 내려졌다는 ‘소문’만 들은 상태다.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에서도 가해자 1명에게만 일주일 출석정지 처분을 내리고 나머지는 별다른 처벌을 하지 않았다. 지난해 전국의 학교폭력 가해 학생에 대한 학교 측 처분 결과를 보면 전학(5.2%) 퇴학(0.3%) 등 중징계는 극소수에 불과하고 대부분 특별교육 또는 교내봉사 등의 조치를 받았다. 가해자에겐 가볍고 피해자에겐 고통뿐인 결과다.
신광영·곽도영 기자 ne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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