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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새 경찰청장, 공약 깨고 이번에 임명할 이유 있었나

입력 | 2013-03-16 03:00:00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 기간에 임기 보장을 약속한 경찰청장을 교체했다. 김기용 청장을 내보내고 이성한 부산지방경찰청장을 새 청장으로 내정한 것은 약속 파기일 뿐만 아니라 엄격히 따지면 경찰청장의 2년 임기를 보장한 경찰법 위반이다.

박 대통령은 대선 때 “경찰이 외압에 흔들리지 않고 정치적 중립성을 유지하면서 본업에 충실할 수 있도록 현재 2년인 경찰청장의 임기를 보장하겠다”고 약속했다. 작년 10월 19일 발표한 경찰 관련 공약에도 같은 약속이 들어 있다. 그런데 이번에 이 공약을 깨면서까지 경찰청장을 교체했다. 그렇게 무리수를 둘 까닭이 있었는지 국민은 궁금하다. 윤창중 청와대 대변인이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 새롭게 임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으나 ‘종합적 검토’가 뭔지 애매하다.

2004년 경찰청장의 2년 임기제를 도입한 것은 경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하고 잦은 경찰청장 교체로 경찰 조직이 흔들리는 것을 막기 위한 취지였다. 하지만 임기제 도입 이후 김기용 청장까지 7명의 경찰청장 중 2년 임기를 다 채운 사람은 이택순 청장 한 명뿐이다. 물론 임기제라고 해도 정권이 바뀌면 권력의 핵심인 경찰청장이 사표를 제출해 새 대통령의 신임을 물을 수 있다. 만약 정권교체 시엔 임기 보장을 하는 게 불합리하다고 판단했다면 법 개정을 논의하는 게 먼저다. 그것이 ‘원칙’이다.

박 대통령은 후보 시절 “검사의 외부기관 파견을 제한해 정치권의 외압을 차단하겠다”고 공약하고도 이전 정부들과 마찬가지로 사표를 받는 편법으로 현직 검사들을 청와대로 차출했다. 앞 정부가 공공기관장에 낙하산 인사를 앉히는 것을 비판하고도 자신은 “국정철학을 공유한 인사를 임명하라”고 했다. 원칙과 신뢰를 특히 중시한다는 박 대통령이 연거푸 약속을 어기는 것은 국민의 기대에 반하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