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봉암 평전/이원규 지음/632쪽·2만2000원/한길사
대법원 최종 판결일인 1959년 2월 27일 법정에 앉아있는 죽산 조봉암(왼쪽).한길사 제공
“조봉암 1심 판결은 말도 안 된다. 그때에 판사를 처단하려 했으나 여러 가지 점을 생각해서 중지했다. 같은 법을 갖고도 한 나라 사람이 판이한 판결을 내리게 되면 국민이 이해가 안 갈 것이며 나부터도 물어보고 싶은 생각이 있다.”
“판결은 잘됐어요. 무죄가 안 될 바에야 차라리 죽는 게 낫지요. … 이념이 다른 사람이 서로 대립할 때는 한쪽이 없어져야 승리가 있는 거고 그럼으로써 중간에 있는 사람들의 마음이 편안하게 되는 거지요.”
선고 5개월 후 사형이 집행됐다. 50년 넘게 흐른 2011년 1월, 대법원이 재심을 열어 죽산에게 무죄를 선고했지만 이미 많은 사람이 그를 잊은 뒤였다. 저자는 죽산의 딸인 조호정 여사를 비롯한 관계자 인터뷰, 중국 러시아 일본 등 항일유적지 답사, 각종 학술·언론 자료들을 씨줄과 날줄로 엮어 죽산을 살려냈다. 소설가인 저자는 미려한 문장과 세밀한 묘사를 덧붙였다. 딱딱한 보통 평전들과 달리 편하게 읽힌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