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도 영화 배경 중 한 곳인 아르헨티나 출신에 가브리엘처럼 예수회 소속이다. 1534년에 만든 예수회는 종교개혁으로 위기에 빠진 가톨릭 내부에서 일어난 개혁운동의 산물이다. 이들은 제3세계로 건너가 적극적으로 포교했다. 수많은 가브리엘과 멘도사들이 순교를 마다하지 않고 중남미에 뿌려 놓은 사랑의 씨앗은 신도 4억8300만 명의 가톨릭 대륙을 키워냈다. 가톨릭의 발상지인 유럽(2억7700만 명)의 배 가까이 된다. 구대륙 신부들의 미션으로 세례 받은 신대륙의 사제가 이제 성추문과 부패로 신뢰를 잃어가는 가톨릭의 본가를 재건하라는 미션을 띠고 가브리엘이 왔던 길을 거슬러 올라가는 셈이다. 그래서 신임 교황의 선출은 영화 ‘미션’의 속편 같다.
▷바티칸이 2000년 역사상 처음으로 ‘세상의 끝’ 미주대륙에서, 처음으로 예수회에서 ‘아웃사이더’를 찾아내 개혁을 맡긴 것은 조직의 유연성과 역동성을 보여준다. 신임 교황도 경쟁 수도회인 프란치스코회 설립자의 이름을 즉위명으로 삼을 만큼 유연하다. 청빈한 삶을 살겠다는 약속이자 내상을 입은 교회에 보내는 화해의 제스처이기도 하다. 교황의 즉위명은 그가 종교 간 화해에도 힘쓸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한다. 프란치스코는 1219년 제5차 십자군원정대를 따라 이집트로 가 이슬람의 최고지도자를 만난 이다. 미국 외교전문 포린어페어스지(誌)는 “그를 선택한 것이 얼마나 훌륭한가를 감안하면 그가 유력 후보군에 없었다는 것이 이상할 정도”라고 논평했다.
이진영 문화부 차장 eco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