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방암만 하더라도 5년 생존율이 91.0%로 매우 높은 편이다. 하지만 이 말은 10%는 재발하거나 전이된다는 뜻이다. 대부분의 사람은 90%의 가능성에만 주목하고 10% 가능성은 아예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듯 지워버린다. 환자는 투병을 시작하면서 ‘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그랬기에 전이됐다는 소식을 듣는 순간 스스로를 실패자로 낙인 찍어버리고 만다.
경쟁과 효율을 강조한 시스템은 한국이 급속한 경제성장을 이루는 데 큰 역할을 했는지 모르지만 개인의 행복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주지 못했다. 그럼에도 이 시스템에 익숙한 사람들은 암 투병을 일종의 경쟁으로 인식하면서 승자와 패자의 이분법을 적용한다. 5년 생존으로 완치 판정을 받은 승자와 재발, 전이로 경쟁에서 실패한 패자로 나눈다. 승자를 위한 왁자지껄한 잔치 분위기 속에서 패자인 재발, 전이 환자는 깊은 소외감을 느낀다. 그러면서 재도전을 통해 부활하고자 하는 희망마저 포기해버린다.
김지현 분당서울대병원 암병원 교수
아직까지 병원의 치료 시스템과 사회 인식 모두 전이성 암 환자를 제대로 배려하지 못한다. 모두 완치만을 목표로 달려가다 보니 발생하게 된 부작용이다. 한국에서도 전이성 암 환자가 스스로를 실패자로 인식하지 않으면서 행복한 여생을 보내는 문화가 정착됐으면 한다.
김지현 분당서울대병원 암병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