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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의 이 한줄]“여성 멍 치료제 팔릴까”… 26억건 빅데이터는 알고 있었다

입력 | 2013-03-19 03:00:00

“소비자들의 잠재의식 속에 숨은 충족 되지 않은 니즈마저 알아내야 성공할 수 있다.”




―‘빅 데이터, 세상을 이해하는 새로운 방법’(박순서 지음·레디셋고·2013)



페이스북, 트위터, 블로그, 유튜브 등에 남기는 짤막한 댓글이나 사진, 동영상, 음악이 세상에 넘쳐난다. 이런 엄청난 양의 데이터들을 그냥 흘려만 보낼 것인가?

이런 데이터들을 활용해 흥미로운 일을 할 수 있다.

책에 소개된 사례를 보자. 지금까지 제약회사에서는 신약을 개발할 때 약사와 의사, 영업 사원들의 조언과 경험에 의존해 왔다. 하지만 빅 데이터 분석이 이용되면서 변화가 일고 있다.

유유제약은 2006년 멍이 많이 드는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한 멍 치료제를 개발했다. 어느 날 유유제약의 유원상 상무 부인이 멍 치료제를 자신도 쓰면 안 되냐고 물었다. 유 상무는 순간 왜 멍 치료 연고를 아이들만을 대상으로 판매해 왔는지 의문이 들었다. 여성을 대상으로 멍 치료제를 판매할 수 있다면 더 큰 시장을 만들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확신이 없었다. 막연한 추측만으로 막대한 마케팅 비용을 쏟아 부을 수는 없다.

유 상무의 고민을 빅 데이터가 해결해줬다. 멍 치료제에 대한 여성의 수요가 실제로 존재하는지 확인하려고 트위터, 블로그, 인터넷 댓글 등 26억 건의 데이터를 분석해본 것이다. 결과는 놀라웠다. 멍 치료제에 대한 여성들의 수요가 어린이 시장보다 4배나 크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게다가 사람들은 시중에 멍 치료제가 있다는 사실 자체를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오히려 멍이나 부기를 뺄 때 치료제 대신 달걀과 쇠고기를 먼저 떠올리고 실제로 그렇게 치료하는 사람이 많았다. 빅 데이터가 내놓은 결과는 새로운 기회를 의미했다. 멍 치료제 시장이 아직 열리지 않았다는 반증이었다. 데이터 분석을 바탕으로 유유제약은 마케팅 전략을 대폭 수정했다. 제품 디자인을 여성 감성에 맞추고 마케팅 메시지도 새롭게 고안했다.

소비자들이 원하는 제품을 만들어 전에 없던 시장을 만들어 내려면 소비자에 대한 이해가 필수다. 소비자의 이야기뿐 아니라 잠재의식 속에 숨은 충족되지 않은 니즈(Needs)마저 알아내야 성공할 수 있다. 그 방법은 바로 우리 주변의 많은 페이스북, 트위터, 블로그, 유튜브, 인터넷 웹페이지들 속에 보물처럼 숨어 있다.

서진영 자의누리경영연구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