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광선銀-황금의 삼각주銀 계좌동결
北 외자총책 이수영
○ 북한 금융거래의 주요 축 겨냥
조선광선은행은 2009년부터 미국 재무부의 자체 제재 리스트에 이름이 올라 있지만 중국 내에서는 이에 개의치 않고 운영돼 왔다. 미국이 최근 제재 리스트에 추가한 조선무역은행과도 관련이 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미 양국은 지난해 4월 북한의 장거리로켓 발사 이후 이 은행을 유엔 안보리 제재 리스트 추가 대상에 올렸으나 중국 등의 반대로 포함되지 않았다.
두 은행 모두 북한이 ‘벌크 캐시(bulk cash)’라고 불리는 거액의 현금 다발을 인출하는 창구로 활용돼 왔을 가능성이 높다. 조봉현 IBK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이들 은행은 북한의 무기거래 및 북-중 경협과 관련된 양대 주요 축으로 볼 수 있다”며 “중국이 이런 두 개의 심장을 모두 건드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 미중의 암묵적 공조?
중국의 이런 움직임은 흥미롭게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최근 ABC방송에 출연해 “중국이 북한 정책을 재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것과도 맥락이 닿는다. 미국 대통령이 중국과 어느 정도의 의견 조율 없이 그런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쉽지 않다. 게다가 과거와 달리 중국은 오바마 대통령의 발언에 부인 등 별다른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오바마 대통령이 단순히 ‘희망 사항’을 밝힌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시사한다. 게다가 두 은행 모두 조선무역은행과 연관된 것도 흥미롭다.
이런 가운데 미 재무부 데이비드 코언 테러·금융정보 담당 차관은 19일부터 한국과 일본, 중국을 연쇄 방문한다. 그의 3국 방문 목적은 조선무역은행에 대한 제재 동참을 요청하려는 것이라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16일 워싱턴발로 보도했다.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코언 차관의 일정 중 핵심은 중국”이라며 “미국이 북한에 대화의 메시지를 보내는 동시에 중국과 대북 금융제재를 협의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 몸 단 북한, 외화 유치총책 중국에 보내
이런 가운데 북한의 외자 유치 총책인 합영투자위원회 이수영 위원장이 지난달 28일 중국 베이징(北京)과 선양(瀋陽) 등을 극비 방문해 북한에 투자했거나 투자 의향이 있는 중국 기업인들을 만났다. 베이징의 한 대북 소식통은 “이 위원장은 북에 투자한 자금의 안전 문제와 기업 활동 보장 등을 약속했으며 한반도 정세가 극단적인 상황으로 치닫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며 “그가 중국 정부의 고위층을 만났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스위스 대사 출신인 이 위원장은 김정일 국방위원장 시절 해외비자금 관리인으로 알려졌으며 합영투자위는 북한의 나선특구와 황금평 개발을 맡고 있다.
이정은 기자·베이징=고기정·이헌진 특파원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