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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관료 성접대 동영상 의혹… 경찰 본격 수사

입력 | 2013-03-19 03:00:00

“사실 확인땐 게이트로 번질수도”… 성접대 건설업자 출국금지 검토




갈 길 바쁜 경찰 정부 고위 관료의 성 접대 의혹에 대해 18일 내사에 착수한 경찰청 특수수사과 사무실 앞을 이날 오후 경찰 관계자가 바쁜 걸음으로 지나가고 있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건설업자 A 씨가 정부 고위관료를 포함해 사회지도층 인사들에게 성 접대를 했다는 의혹 사건이 18일 경찰청 특수수사과에 배당됐다. 의혹에 대한 첩보수집 단계에서 본격 내사 단계로 전환한 것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아직 성 접대 의혹의 실체가 나오진 않았지만 건설업자의 불법행위 여부를 샅샅이 파헤쳐 구체적 정황이 나오는 즉시 본격 수사로 전환할 방침”이라며 “A 씨에 대한 출국금지 조치가 우선인 만큼 관련 절차를 밟고 있다”고 밝혔다. 명목상 내사 단계지만 사실상 수사에 준하는 수준으로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경찰은 A 씨가 성 상납으로 정관계 고위층과 친분을 맺은 뒤 건설 관련 각종 인허가 과정에서 특혜를 받은 정황이 있는지 살펴보고 있다. 경찰은 관련 첩보를 수집하면서 성 상납에 동원된 여성과 주변인들에게서 “성 접대를 받은 남성 가운데 유력인사가 상당수 포함돼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A 씨가 이 인사들의 성행위 장면을 동영상으로 찍은 뒤 나중에 자신의 요구를 거부할 경우 협박용으로 사용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A 씨에게 약점이 잡힌 유력인사들이 불법으로 이권에 개입하거나 추가로 뇌물을 받은 사실이 드러날 경우 대형 게이트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경찰의 시각이다. 경찰은 A 씨에게서 성 접대를 받은 의혹이 제기된 한 병원장이 지난해 병원 관련 시설 건립을 추진하며 A 씨가 운영하는 건설사에 인테리어 공사를 맡긴 정황을 확인하는 등 A 씨와 유력인사들 사이에 불법적인 뒷거래가 있었는지를 파악하고 있다.

새 정부가 출범한 지 한 달도 안 돼 고위공직자가 연루된 성추문 의혹이 불거지면서 청와대와 사정당국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사실이 아니기를 바라지만 동영상이 실제 있다면 그 파장은 상상을 초월할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도 최근 이 추문에 대해 파악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당사자는 물론이고 경찰, 검찰 등에도 의혹이 사실인지를 확인했지만 근거가 없다고 판단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사정당국 관계자는 17일 “청와대가 사실관계를 확인해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의혹이 계속 커져 당혹스럽다”고 했다. 다른 고위 관계자는 “얼마 전 의혹이 불거진 당사자에게 직접 확인했더니 ‘사실 무근’이라고 펄쩍 뛰더라”며 “경찰 조사 과정에서도 동영상이 나오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이 내사에 착수하긴 했지만 전방위적 수사로 나아가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시각도 있다. 새 정부 초기에 고위 공직자까지 연루돼 있다는 의혹이 불거진 사건인 만큼 경찰 수뇌부나 검찰이 수사에 소극적으로 대응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첩보 수집 단계에서부터 경찰 안팎에서 이런저런 압박이 들어왔다. 고위층 인사들의 부적절한 행태를 상당히 확인했는데도 경찰 수뇌부가 새 정부에 부담을 줄까 봐 몸을 사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신광영·김성모 기자 ne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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