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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봉의 THE ROOKIE] 수비 자세부터 남다르다…한화 ‘안방 새색시’ 한승택

입력 | 2013-03-20 07:00:00

한화는 오랫동안 포수 난에 시달려왔다. 고졸 신인 포수 한승택은 한화의 이런 고민을 해결해줄 신선한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문학|김종원기자 won@donga.com 트위터 @beanjjun


한화 포수 한승택(19)이 유명해졌다. 고졸 출신 포수로는 프로야구 최초로 개막전 출전이 유력해졌기 때문이다. 박경완(SK)도, 강민호(롯데)도 프로 첫해부터 주전으로 뛰지는 못했다. 한승택은 덕수고 시절부터 유명한 포수였다. 2학년 때부터 청소년대표로 활약했고, 뛰어난 수비실력에 프로 스카우트들과 고교 감독들이 감탄하곤 했다. 한국시리즈 10회 우승, 통산 1476승을 기록한 김응룡 한화 감독은 일찌감치 그를 주전 포수라고 밝혔다. 김 감독의 눈에 비친 그는 실력과 장래성을 갖춘 좋은 포수였기 때문이다. 한화는 포수진이 약한 팀이다. 올해도 한화 전력에서 포수진은 가장 취약지역이다. 그러나 고졸 루키 한승택의 등장으로 분위기가 바뀔지도 모른다. 단지 개막전에 나가는 최초의 고졸 포수에 그치지 않고, 프로 최고 포수로 성장해나가길 기대한다.

타격훈련은 빼먹어도 수비훈련은 꼭 했죠
송구·블로킹·자세 훈련으로 기본기 다져

뚱뚱해서 포수 됐는데 포수 하니 살 빠져
고졸 신인 개막전 주전? 꿈인지 현실인지

한국시리즈 우승 후 투수와 포옹하는 게 꿈


○포수는 수비와 팀 리드가 첫 번째죠!

-반갑다. 요즘 많이 유명해졌어?

“잘 모르겠어요. 신인이니까 그저 열심히 한다는 생각뿐입니다.”

-이렇게 빨리 한승택이 주목을 받을 줄 생각 못했다.

“저도요. 1군에 있는 것도 행복한데, 알아봐주시는 분들이 많아져서 얼떨떨합니다.”

-어떤 점이 어필한 걸까?

“수비죠. 제가 그래도 좀 할 줄 아는 게 수비니까요. 수비능력 때문에 지명도 받은 거죠.”

-아마추어 선수들이 프로에 와서 ‘수비 좋다’고 인정받는 게 쉽지 않다. 특히 포수는.

“잘 봐주시는 거죠. 아직 모자란 건 분명하니까요. 프로에선 또 배울 것도 많고요. 학생도 고등학교보다는 대학에서 더 수준 높은 걸 배우잖아요.”

-김응룡 감독이 ‘수비 잘한다’고 칭찬 많이 하더라.

“덕수고 시절에 타격보다는 수비훈련을 많이 했어요. 포수는 수비 잘하고, 팀을 잘 리드하는 게 첫 번째니까요.”

-정확한 판단이다. 수비훈련을 어떻게 했나?

“세 가지로 나눠서 했어요. 첫 번째는 송구, 두 번째는 블로킹, 세 번째는 송구하기 위한 자세훈련.”

-자세훈련?

“네. 볼을 빨리 미트에서 빼내고, 하체동작을 빠르고 간결하게 하는 거죠. 최대한 빨리 공을 빼서 정확하게 던져야 하니까요.”

-근데 수비훈련은 재미없잖아?

“공부도 재미있어서 하는 사람, 별로 없잖아요. 하기 싫을 때도 있었지만, 항상 재미있게 하려고 노력했어요. 타격훈련은 빼먹어도 수비훈련은 빼먹지 않았어요.”

-그래서 네가 기본기가 좋구나.

“저는 수비가 재미있어요. 공은 투수가 던지지만, 게임은 제가 내는 사인으로 시작되잖아요. 볼 배합과 일어나는 상황마다 대처해나가는 일들이 재미있어요.”

-위기가 재미있어? 열아홉 살 포수에게 이런 이야기 들으니까 신기하다. 박경완, 강민호도 열아홉 살에 이런 생각을 했을까?

“위기는 당연히 오는 거잖아요. 위기 없으면 재미도 없고요. 점수 안주는 투수도 없고요. 올 게 오는 거고, 줄 점수 주는 건데, 그 순간 즐기지 못하면 저만 괴롭죠.”

-너 말하는 것 보니까 보통 아니다. 김응룡 감독이 괜히 너를 주전으로 점찍은 게 아니구나. 타격은 어때?

“솔직히 보통이죠. 한참 멀었어요.”

-시범경기에서 타율 좋던데?

“못 쳐도 가끔 좋을 때 있잖아요. 타이밍에 변화를 주긴 했어요.”

-타이밍 변화?

“프로 투수들 공이 빠르고 변화도 심하니까,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투수의 폼에 맞춰 타이밍 잡는 걸 조금 바꾼 거예요.”

○뚱뚱해서 포수됐어요!

-야구는 언제부터 했니?

“초등학교 5학년 때요.”

-처음부터 포수였어?

“아니요. 3루수로 시작했는데, 감독님이 포수하라고 하셔서 포수가 됐어요.”

-왜 포수를 하라고 한 건데.

“제가 초등학교 때 좀 많이 뚱뚱했거든요. 내야수가 민첩해야 하는데, 잘 움직이지를 못하니까. 그래서 포수가 됐어요.”

-포수 하고 살이 빠진 거야?

“중학교 1학년이 되니까 살이 쏙 빠지더라고요. 살이 빠지니까 야구 재미가 더 생기고, 포수도 재미있고.”

-그랬구나. 덕수고에 가서 진짜 포수가 됐다면서?

“중학교 때까지는 투수도 하고, 포수도 하고 했는데, 고등학교에선 포수만 했어요.”

-2학년 때부터 청소년대표로 활약했다.

“감독님들이 제가 수비하는 모습을 좋게 봐주신 것 같아요. 타격은 별로거든요. 수비 때문에 청소년대표가 됐어요.”

-청룡기 우승도 했잖아.

“지금까지 제 인생에서 가장 좋았던 순간이죠. 정말 최고였어요.”

-프로에서도 우승해야지?

“제가 갖고 있는 꿈 가운데 첫 번째는 한국시리즈 우승하고 투수와 마운드에서 포옹하는 거예요. 프로에서도 꼭 우승팀 포수가 되고 싶어요.”

○개막전 주전 포수? 꿈같은 이야기죠!

-개막전에 나갈 가능성이 크다. 어떤 마음이 들던가?

“‘꿈인가, 현실인가?’ 그런 거죠. 정말 상상도 못했어요.”

-김응룡 감독의 눈에 쏙 들었다.

“지난해 마무리캠프부터 이상하게 타격감이 좋아요. 마무리캠프 때 청백전에서도 안타를 많이 쳤고, 스프링캠프와 시범경기까지 제 생각 이상으로 잘 맞아요. 그래서 감독님이 좋게 봐주시는 것 같아요.”

-수비 잘하겠다, 방망이도 곧잘 치니까 얼마나 예쁘겠어?

“열심히 해서 좋은 모습 보여드려야죠.”

-처음 입단하고 어떤 목표를 세웠나?

“한 2년 동안 2군에서 열심히 배우고, 군대 갔다 오고, 그런 생각했어요. 솔직히 1군에 대한 욕심은 조금도 없었어요.”

-프로 투수들 공은 어때? 잡을 만한가?

“네. 근데 바티스타는 힘들어요. 스프링캠프 때 커브 사인을 내고 못 잡았어요. 커브가 직구처럼 빠르게 오더라고요.”

-투수 리드할 때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뭔가?

“투수를 편하게 해주는 거죠. 투수가 불편하면 좋은 공 던지기 힘들잖아요.”

-볼 배합도 투수 위주겠구나?

“네. 맞아요. 제 생각보다는 투수의 컨디션을 먼저 생각하죠. 가급적이면 투수가 던지고 싶은 공을 던지게 하는 편이예요.”

○목표요? 아직은 없어요!

-덕수고 정윤진 감독은 한마디로 너를 ‘똑똑한 포수’라고 하더라.

“감독님 때문에 제가 선수 됐죠. 수비훈련 많이 시켜주셨어요.”

-똑똑하다는 건 뭘까?

“경기흐름을 읽고, 감독님의 생각을 꿰뚫는 거죠. ‘너는 내 맘을 어떻게 그리 잘 아냐?’, 가끔 그러셨어요.”

-루키니까 아무래도 상대팀에 대한 정보가 많이 부족하다. 어떻게 준비하고 있나?

“배터리코치님과 전력분석팀에서 많이 알려주세요. 처음은 그렇게 시작해야죠. 하나하나 배워나갈 생각입니다.”

-긴장되지는 않니?

“저 긴장 안 해요. 어떤 경기를 해도 긴장 안하는 편이죠.”

-선수는 경기력도 물론 중요하지만, 인터뷰 해보면 또 다른 느낌이 온다. 넌 좀 특별하다.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혹시 야구 못해도 응원해주십시오.”

-올해 목표는?

“아직은 없어요. 경기에 나가서 그냥 열심히 재미있게 하는 것만 생각하고 있습니다. 못하면 2군에 갈수도 있겠지만, 시즌 끝까지 1군에 있을 수 있으면 좋겠어요. 그게 목표입니다.”

한승택은?

▲생년월일=1994년 6월 21일
▲키·몸무게=174cm·76kg(우투우타)
▲출신교=잠전초∼잠신중∼덕수고
▲프로 입단=2013신인드래프트 한화 3라운드(전체 23순위) 지명·입단
▲2013년 연봉=2400만원

스포츠동아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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