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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내야 5인 시프트’ 헐크의 묘수 될까?

입력 | 2013-03-20 07:00:00

SK 이만수 감독이 19일 목동 넥센전 9회말 끝내기 위기에서 중견수를 2루 쪽으로 당겨 내야에 5명을 두는 수비 시프트를 사용했다. 이 감독은 이 같은 시프트를 스프링캠프에서부터 준비했다. 스포츠동아DB


■ SK 이색작전 시도…볼넷에 불발

9회 만루 끝내기 상황 제한적 작전
중견수 2루로 전진…내야 5인 포진

2004년 한화 유승안 감독 첫 시도
이만수 “작전 사용 더 연구해볼 것”


19일 목동 SK-넥센전, 8-8로 맞선 9회말 1사 만루 상황. SK 이만수 감독은 수비 시프트를 지시했다. 중견수 김강민은 2루 근처로 이동했다. 유격수 최윤석은 2∼3루 사이, 2루수 박승욱은 1∼2루 사이에 위치했다. 순식간에 SK 내야수는 5명이 됐다. 내야 땅볼을 유도해 더블플레이를 노리는 작전. 그러나 SK 투수 최영필은 밀어내기 볼넷으로 결승점을 내줬다.

○내야 5인 시프트의 노림수는?

이만수 감독은 최근 “만루의 끝내기 위기 상황에서 내야수 5명을 두는 시프트를 시험해보겠다”고 공언했다. 이미 SK는 스프링캠프 동안 이 시프트에 대한 훈련을 마쳤다. 2루 근처에 위치한 김강민은 유격수나 2루수 쪽 땅볼이 나올 경우, 2루를 커버하며 병살을 시도한다. 만약 투수 옆을 스쳐 중견수 쪽으로 향하는 타구가 나올 때도 김강민이 직접 2루를 찍고 1루에 송구한다. 유격수와 2루수 방향으로 느린 타구가 간다면, 홈에서 포스 아웃을 노린다. 1·3루수도 약간 전진해 홈을 겨냥한다. 이 감독은 “이 시프트는 3루주자가 발이 빠를 때 사용할 수 있다. 외야로 타구가 나가면 경기가 끝이라고 보고, 모험을 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19일 상황에서 3루주자는 지난 시즌 도루 2위 서건창(넥센)이었다.


○조 매든…유승안, 내야 5인 시프트의 전례

이만수 감독은 “시카고 화이트삭스 코치 시절 내야 5인 시프트를 본 적 있다”고 말했다. 2008년 필라델피아와의 월드시리즈 3차전 당시 조 매든 탬파베이 감독이 우익수 벤 조브리스트를 내야로 불러들인 전례가 있다. 국내서도 이 감독의 시도가 처음은 아니다. 2004년 6월 25일 잠실 두산전에서 한화는 좌익수 이영우를 1루수로 불러들이고, 1루수 김태균을 2루로 보냈다. 당시 한화 사령탑이던 유승안(경찰청) 감독이 2001년 애리조나 연수시절 접한 작전을 실행한 것이다. 19일 목동 경기를 지켜본 한국야구위원회(KBO) 기록위원회 이종훈 팀장은 “유 감독이 경찰청의 2군 경기에서도 이 작전을 시도한 적이 있다. 그래서 기록원들 사이에선 ‘유승안(Y) 시프트’라고 불린다”고 설명했다.

○4∼7∼3 병살타, ‘성공하면 신기묘산, 실패하면 엉뚱 작전?’

유승안 감독은 경찰청 지휘봉을 잡은 2009년 상무전에서도 같은 작전을 구사한 바 있다. 좌익수를 2루에 위치시켰는데, 결과는 기가 막히게 맞아떨어졌다. 2루수∼좌익수∼1루수로 이어지는 병살타를 완성시켰다. 이 경우 기록지에는 어떻게 표기될까. 이종훈 팀장은 “4∼7∼3 병살타로 쓰고, 비고란에 시프트 상황을 적어준다”고 설명했다. 시프트는 어차피 모험이고, 도박이다. 유 감독은 “성공하면 신기묘산, 실패하면 엉뚱 작전이 된다. 한화 시절에는 실패했지만, 경찰청에 와선 2번 다 성공했다. 상대 타자의 성향 파악, 배터리의 볼 배합 등이 조화를 이루면, 충분히 쓸 수 있는 카드다”고 밝혔다. 이만수 감독 역시 “앞으로 이 작전을 쓸지 더 연구해보겠다”고 밝혔다.

목동|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트위터@setupman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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