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지던 첫 세트서 10득점… 현대캐피탈 연거푸 울려 삼성화재와 3연속 쟁패
대한항공의 토종 주포 김학민은 다음 달 입대한다. 그는 정규리그 내내 “팀을 떠나기 전 꼭 우승 트로피를 안아보고 싶다”는 말을 달고 다녔다. 대한항공은 지난 두 시즌에 연속으로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했지만 삼성화재의 거대한 벽을 넘지 못했다.
김학민은 17일 플레이오프(3전 2승제) 1차전에서 기대만큼 활약하지 못했다. 5세트 동안 18득점에 그쳤고 공격 성공률은 40%를 겨우 넘었다. 범실은 9개나 됐다. 다행히 4세트부터 살아나며 팀이 극적인 역전승을 거두는 데 기여했지만 아쉬움이 많이 남는 경기였다.
대한항공 김종민 감독대행은 19일 플레이오프 2차전을 앞두고 “김학민의 활약에 승부가 달렸다. 가지고 있는 기량의 80%만 발휘한다면 우리가 이길 수 있다”고 말했다. 경기가 끝난 뒤 김 대행은 “김학민이 90%쯤 실력 발휘를 한 것 같다”며 흡족해했다.
기선 제압이라는 특명이 걸린 1세트. 출발은 현대캐피탈이 좋았다. 가스파리니와 이선규의 잇단 득점 성공에 힘입어 6-2로 앞서 나갔다. 김학민의 공격이 불을 뿜은 것은 이때부터였다. 3연속 공격 성공으로 분위기를 바꾸는 등 1세트에서만 10점을 올렸다. 공격 성공률은 88.9%나 됐다. 장점인 오픈 공격은 물론이고 이동 공격, 시간차 공격을 넘나들며 현대캐피탈의 블로킹을 무력화시켰다. 양 팀 최다인 21득점을 기록한 김학민은 “전날 푹 쉬며 체력을 회복한 게 큰 도움이 됐다. 1세트를 따내면서 이기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김 대행은 “얼떨결에 중요한 역할을 맡았는데 선수들이 잘 따라줬다. 주위에서 삼성화재 레오는 포기하고 박철우만 막는 게 나을 거라는 얘기를 하는데 둘 다 잡겠다”고 말했다.
대한항공은 2연승으로 시리즈를 마친 덕분에 달콤한 나흘간의 휴식을 얻었다. 삼성화재와 대한항공의 챔피언결정전 1차전은 24일 대전에서 열린다.
인천=이승건 기자 w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