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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시환 前대법관 “일 많은 로펌 女변호사 시집 못가거나 이혼당해”

입력 | 2013-03-20 03:00:00

여성법조인 발언 논란
사법연수원 특강서 언급… 朴씨 “법조계 현실 전했을뿐”




박시환 전 대법관이 사법연수원생 대상 강연에서 한 발언이 논란에 휩싸였다.

박 전 대법관은 19일 오전 경기 고양시 사법연수원 대강당에서 ‘법조환경 변화에 대한 법조인의 준비’를 주제로 1시간 50분가량 특강했다. 이날 강연은 사법연수원 수업의 하나로, 44기 연수원생 500여 명이 참석했다. 논란은 박 전 대법관이 대형 로펌에서 일하는 여성 변호사가 처한 현실을 설명하면서 불거졌다.

박 전 대법관은 “성차별성 발언으로 들릴 수 있지만 그런 의도는 아니다”고 전제한 뒤 “잘나가는 로펌의 여자 변호사들은 일이 많다 보니 시집을 못 가거나, 결혼하더라도 가정생활을 제대로 못하고 이혼당한다. 법률상으로만 부부인 사람도 많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그는 “남녀불문하고 이혼율이 높은 곳이 로펌이다. 남자 변호사도 오전 2시까지 근무해야 하는데, 특히 여자한테 불리하고 힘든 곳이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강연 직후 30분가량 이어진 질의응답 시간에 여성 사법연수원생 2, 3명은 “여성 법조인이 처한 차별적 상황을 선배 법조인이 함께 책임지고 개선해 가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질문했다. 이 중 한 명은 감정이 격해져 울먹이며 질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박 전 대법관은 “같이 노력해서 개선해야 하는 데 공감한다”면서도 “그러나 현실적으로 로펌은 직장생활과 가정생활을 양립하기 힘든 여성 변호사보다 남성 변호사를 선호한다”고 답했다.

일부 연수원생은 강연 중 휴대전화를 이용해 단체 카카오톡 메시지로 “기본적인 예의와 매너를 모르는 듯하다” “성희롱이다” 등의 의견을 주고받았다. 한 연수원생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연수원생들이 강연 중간에 술렁거리는 분위기였다”며 “박수를 거부하자는 의견이 단체 카카오톡 메시지로 돌아 강연이 끝나고 거의 대부분 박수를 보내지 않았다”고 말했다.

박 전 대법관은 이날 본보와의 통화에서 “로펌에서 일하는 변호사는 남녀 불문하고 격무에 시달리는데 특히 여성에게 열악하고 힘든 곳이라고 설명하는 과정에서 오해가 빚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여성 법조인을 차별하려고 한 말이 아니라 상황을 있는 그대로 전한 것뿐”이라고 덧붙였다. 사법연수원 관계자는 “전체적인 맥락은 겉에서 보기에 화려한 로펌 생활이 쉽지 않다는 점을 남녀 변호사의 근무 여건을 들어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취지였다”고 설명했다.

박 전 대법관은 2005∼2011년 대법관을 지내며 진보적인 소수 의견을 꾸준히 냈다. 그는 퇴임 후 변호사 개업을 하지 않고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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