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장훈, 26년 파란만장의 코트와 이별
‘국보급 센터’ 서장훈(39·KT)이 선수로서 마지막 경기를 뛰고 26년간 정들었던 코트를 떠났다. 19일 부산에서 열린 2012∼2013시즌 정규리그 최종전 KCC와의 안방경기에서 은퇴경기를 치른 그는 “몸도 마음도 지쳐 있다. 앞으로 뭘 할지는 당분간 쉬면서 생각해 보겠다”고 말했다.
서장훈은 경기에 앞서 전창진 KT 감독과 동료 선수들을 껴안으며 인사를 나눴다. 전 감독은 “한국 농구에 한 획을 그은 레전드인데 은퇴를 앞두고는 한 경기라도 더 뛰려는 모습을 보고 마음이 짠했다. 장훈이를 좀더 일찍 만났더라면 좋았을 것이다”라며 아쉬워했다. 상대 벤치도 찾아갔다. 허재 KCC 감독과 포옹하고 후배들과 악수를 나눴다. 서장훈은 2007, 2008년에 KCC에서 뛰면서 사령탑인 허 감독과 한솥밥을 먹었다. KT가 84-79로 앞선 상태에서 종료 버저가 울리자 서장훈은 코트 안에 있던 양 팀 선수 9명을 다시 한 번 껴안았다. 경기 뒤 팬들에게 은퇴 인사를 하던 중에는 목이 메었고 끝내 울음을 참지 못했다. 그는 “담담한 마음으로 은퇴하려고 했는데 며칠 전부터는 감상에 젖는 일이 잦았다. 내일 아침에 눈을 떠봐야 은퇴했다는 실감이 날 것 같다”고 했다.
이날 그는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로 1995년 2월 1일 농구대잔치에서 라이벌 고려대와의 맞대결을 꼽았다. 이 경기에서 그는 종료와 동시에 버저비터를 성공시켜 77-75의 극적인 승리를 이끌었다. 그는 “선수로서 팬들에게 가장 강한 인상을 남긴 장면이 아닐까 싶다”고 했다. 국내 성인농구 무대에서 그의 활약은 연세대 시절부터 시작됐다. 신입생이던 1993∼1994시즌 농구대잔치에서 2학년 우지원(SBS-ESPN 해설위원), 3학년 이상민(삼성 코치), 4학년 문경은(SK 감독)과 호흡을 맞춰 최강의 전력을 자랑하며 연세대 전성시대를 이끌었다. 한편 이날 서장훈의 절친한 후배인 ‘월드 스타’ 싸이(본명 박재상)가 경기장을 찾아 시투한 뒤 경기를 끝까지 지켜봤다.
부산=이종석 기자 w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