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굿바이, 국보센터… 앞으로도 그를 넘을 순 없다

입력 | 2013-03-20 03:00:00

■ 서장훈, 26년 파란만장의 코트와 이별




207cm, 115kg의 ‘골리앗’ 서장훈도 눈물 한 방울의 무게를 이기기 힘든 날이었다.

‘국보급 센터’ 서장훈(39·KT)이 선수로서 마지막 경기를 뛰고 26년간 정들었던 코트를 떠났다. 19일 부산에서 열린 2012∼2013시즌 정규리그 최종전 KCC와의 안방경기에서 은퇴경기를 치른 그는 “몸도 마음도 지쳐 있다. 앞으로 뭘 할지는 당분간 쉬면서 생각해 보겠다”고 말했다.

서장훈은 경기에 앞서 전창진 KT 감독과 동료 선수들을 껴안으며 인사를 나눴다. 전 감독은 “한국 농구에 한 획을 그은 레전드인데 은퇴를 앞두고는 한 경기라도 더 뛰려는 모습을 보고 마음이 짠했다. 장훈이를 좀더 일찍 만났더라면 좋았을 것이다”라며 아쉬워했다. 상대 벤치도 찾아갔다. 허재 KCC 감독과 포옹하고 후배들과 악수를 나눴다. 서장훈은 2007, 2008년에 KCC에서 뛰면서 사령탑인 허 감독과 한솥밥을 먹었다. KT가 84-79로 앞선 상태에서 종료 버저가 울리자 서장훈은 코트 안에 있던 양 팀 선수 9명을 다시 한 번 껴안았다. 경기 뒤 팬들에게 은퇴 인사를 하던 중에는 목이 메었고 끝내 울음을 참지 못했다. 그는 “담담한 마음으로 은퇴하려고 했는데 며칠 전부터는 감상에 젖는 일이 잦았다. 내일 아침에 눈을 떠봐야 은퇴했다는 실감이 날 것 같다”고 했다.

서장훈은 연세대에 입학하던 1993년부터 20년 동안 한국 농구를 대표해 온 간판스타다. 1998년 SK 유니폼을 입고 프로에 데뷔한 그는 이날 넣은 33점을 포함해 15시즌 동안 688경기를 뛰면서 통산 1만3231득점을 기록했다. 역대 통산 득점 1위다. 1만19득점으로 역대 2위인 추승균(KCC 코치)은 지난 시즌을 끝으로 은퇴했다. 현역선수 중 서장훈 다음인 동부 김주성(8076득점)은 5000점 이상 뒤져 있어 서장훈의 기록은 당분간 깨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통산 리바운드에서도 5235개로 역대 1위다. 2위 조니 맥도웰(3829개)보다 1400개 이상 많다.

서장훈은 선수생활을 마감하는 자리에서 팬들의 이해를 구했다. 그는 “경기 중 판정에 대한 지나친 항의와 과격한 내 몸짓이 팬들이 보기에 불편했을 수 있다. 지금이라도 사과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농구장은 버라이어티쇼를 하는 곳이 아니다. 목숨 걸고 치열하게 승부를 가리는 곳이다. 강한 승부욕의 표현이었다고 이해해줬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그는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로 1995년 2월 1일 농구대잔치에서 라이벌 고려대와의 맞대결을 꼽았다. 이 경기에서 그는 종료와 동시에 버저비터를 성공시켜 77-75의 극적인 승리를 이끌었다. 그는 “선수로서 팬들에게 가장 강한 인상을 남긴 장면이 아닐까 싶다”고 했다. 국내 성인농구 무대에서 그의 활약은 연세대 시절부터 시작됐다. 신입생이던 1993∼1994시즌 농구대잔치에서 2학년 우지원(SBS-ESPN 해설위원), 3학년 이상민(삼성 코치), 4학년 문경은(SK 감독)과 호흡을 맞춰 최강의 전력을 자랑하며 연세대 전성시대를 이끌었다. 한편 이날 서장훈의 절친한 후배인 ‘월드 스타’ 싸이(본명 박재상)가 경기장을 찾아 시투한 뒤 경기를 끝까지 지켜봤다.

부산=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