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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약 꿰뚫는 朴대통령 ‘담임선생님 리더십’

입력 | 2013-03-20 03:00:00

국정과제 일일이 챙겨 장관에 별도숙제 내주기도
일각선 “책임장관제 어긋나”




동아일보 DB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 이후 책상 먼지까지 점검하는 꼼꼼한 여성 담임선생님 같은 리더십을 보여주고 있다. 박 대통령은 18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7000자 분량의 말을 쏟아내며 각종 사안에 대해 일일이 지시하는 ‘만기친람(萬機親覽·온갖 정사를 친히 보살핌)의 모습을 보였다.

박 대통령은 첫 국무회의 때 모든 장관에게 별도의 숙제를 내주기도 했고 인수위 때도 분과별로 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1만 자가 넘는 말을 쏟아내며 국정과제를 일일이 챙겼다.

박 대통령이 이처럼 자신의 의견을 명확히 밝히며 구체적으로 지시하는 건 그만큼 공약에 대한 믿음이 확고하고 모든 공약의 내용을 꿰뚫고 있다는 자신감의 발로라는 게 내부 해석이다.

박 대통령은 “공약을 빠짐없이 지키는 것이 장관의 책임이다. 공약 따로, 장관 어젠다 따로는 안 된다”고도 말했다. 장관의 역할은 대통령이 정한 국정과제를 잘 실천하는 데 국한돼 있다는 뜻이다. ‘책임장관제’ 공약을 뒤집은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한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제에서 책임장관제는 대통령의 지시 사항을 책임 있게 실천한다는 것이지 대통령의 뜻과 별도로 장관이 마음대로 하라는 건 아니다”고 했다.

박 대통령이 관료 출신을 수석비서관과 장관에 많이 임명한 이유도 같은 맥락에 있다. 대통령이 지시하는 내용을 관료 출신 장관들이 후배 공무원들과 함께 잘 실행하는 게 장관의 주요 역할이라는 것이다.

나아가 청와대와 내각은 자신이 직접 챙길 테니 공약을 잘 아는 최경환 안종범 강석훈 의원 등 핵심 측근들은 국회에 남아 법 개정이나 예산 심의 과정에서 자신의 국정철학을 잘 뒷받침해 달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는 게 측근들의 해석이다.

박 대통령은 취임 이후 인사는 물론이고 정부조직의 세세한 국실단위 개편, 국정과제 추진일정까지 직접 챙기고 있다. 박 대통령은 각 수석실에서 올라온 모든 자료를 밤에 관저에서 읽고 낮에는 일일이 수석비서관들을 불러 보고받으며 자세히 지시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임기 초반 동력이 있을 때 국정 드라이브를 거는 것이라는 해석도 있지만 5년 내내 이런 업무 스타일은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대통령은 한번 지시하고 잊는 스타일이 아니라 해결될 때까지 계속 집요하게 묻는 데다 구체적인 사안별로 질문하기 때문에 5년 내내 대통령 지시사항을 이행하기도 바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대통령이 일일이 챙기다 보면 청와대와 내각이 새로운 문제를 발굴하고 창의적인 해법을 내는 데 소극적일 수 있으며 인사 등에서 예기치 않은 큰 구멍이 생길 가능성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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