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3월 19일 화요일 마음도 흐림. 천국과 지옥. #50 Atoms for Peace ‘Ingenue’ (2013년)
14일 오후 미국 텍사스 주 오스틴 도심 거리에서 공연 중인 밴드. 실력도 수준급인 이런 팀은 화면 밖에도 널렸다. 오스틴=임희윤 기자 imi@donga.com
지난주에 음악의 천국에 다녀온걸. 미국 텍사스 주 오스틴에서 열린 사우스 바이 사우스웨스트(SXSW) 뮤직 페스티벌. 100개의 공연장에서 2000여 팀이 공연하는 그곳은 음악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꼭 천국, 음악 싫어하는 사람들에겐 딱 지옥이었다.
교통이 통제된 오스틴 도심 6번가와 7번가 몇 블록은 ‘음악 좀비’들이 접수했다. 거리에 늘어선 바, 레스토랑, 카페가 전부 작은 공연장이 됐다. 문과 창문을 전부 열어둬 음향은 길거리로 넘쳐났다. 섭씨 25도를 웃도는 쨍한 거리에서도 음악은 마를 새 없다. 장르 불문, 정체불명의 음악인들은 휴대용 턴테이블을 스크래치하거나 플라스틱 양동이들을 두드려댔고 장단과 가락의 거대한 홍수에 가차 없이 물줄기를 더했다. 방주 같은 걸 찾는 사람은 없었다. 허우적대며 그 가사(假死)의 광기를 즐겼다.
15일 낮 우연히 본 베네수엘라 출신 9인조 록 밴드 ‘탄 프리오 엘 베라노’는 실로폰, 트롬본, 멜로디카 연주를 포스트록에 도입한 구성이 돋보였다. 연주를 끝낸 멤버 후안 로하스에게 말을 붙였다. 그는 “첫 해외 공연인데 세계 각지의 뮤지션과 음악 관계자를 만나 행복하다”면서 내게도 “명함 좀 줘. 자주 연락하자”고 했다.
출국을 앞둔 15일 밤의 끝은 정말 보고 싶던 일렉트로닉 뮤지션 대들러스와 시펄큐어의 공연으로 장식했다. 혼자 찾은 공연장은 레스토랑 2층의 카펫 깔린 작은 방이었다. 관객 10명은 술에 취해 소파에 널브러졌고 5명만이 오징어 춤을 췄다. 카메라 셔터를 누르던 나도 이내 소파에 풀썩 몸을 묻었다. 천장을 보고 그냥 음악에 젖어들었다.
노트, 믿을 수 있어? 다시 서울이라는 걸. 아톰스 포 피스의 앨범이라도 재생해보자. 진동하는 베이스를 타고 다시 천국으로 올라갈 수 있을지 몰라.
임희윤 기자 i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