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은 창간호 안에 실린 ‘사고(社告)’에서 찾을 수 있었다. ‘우리는 원고를 청탁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신인문학상을 뽑지 않습니다.’ 신선했다. 기존 문예지들이 세(勢)를 늘렸던 손쉬운 방법을 스스로 버린다는 선언. 일종의 자기반성처럼도 들렸다.
이렇게 이해하면 쉽다. 문예지가 운영하는 신인상은 일반 회사로 치면 신입사원 채용과 같다. 문예지는 이런 작가지망생을 ‘고용’(등단)하고, ‘임금’(원고료)을 준다. 이미 등단한 작가도 마찬가지다. 작가는 많지만 유력 문예지의 지면은 한정돼 있다. 문예지는 원고 청탁과 신인상을 비롯한 각종 문학상으로 권력화된다. 이 권력에 편입되기 위해 1, 2년 동안 작품 출간을 ‘대기’하는 작가도 있다. 그럴수록 문예지의 힘은 커지고, 이 같은 상황은 반복된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