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료 전화번호와 건설업자 조카가 사진 보냈다는 번호 달라또다른 사업가 “차명폰 만들어줬다”… 경찰 “사용여부 수사”
건설업자 A 씨에게서 성 접대를 받은 뒤 협박당했다는 의혹에 휩싸인 정부 고위 관료 B 씨가 이 건설업자와 연락하면서 차명 또는 ‘비공식’ 휴대전화를 사용한 정황이 나왔다. B 씨는 얼마 전까지 다른 한 사업가 명의의 차명 휴대전화를 사용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건설업자 A 씨의 조카는 16일 동아일보-채널A 공동취재팀과 만나 “2008년경 성 접대 동영상 스틸사진을 작은아버지(A 씨)가 알려준 B 씨의 휴대전화에 문자메시지로 보냈는데 가운데 번호가 ××××였다”고 밝혔다. 당시 A 씨 조카는 “B 씨에게 문자로 보낼 때 전화번호가 ‘010-××××’이었고 뒤 번호는 개인정보여서 밝힐 수 없다”며 “문자 수신자는 B 씨, 발신자는 작은아버지 번호로 지정해 보냈다”고 말했다.
하지만 취재팀이 2008년 이후 B 씨의 ‘공식’ 휴대전화 번호를 파악한 결과 가운데 번호로 ‘××××’를 쓴 적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조카가 거짓말을 하거나 전화번호를 잘못 기억하고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만약 그의 주장이 맞는다면 B 씨가 차명의 휴대전화 또는 자신 명의의 다른 휴대전화를 이용해 A 씨와 연락을 주고받았을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다.
조사받기 전 이 사업가는 신원을 알 수 없는 건장한 남성 4명에게서 “차명 휴대전화라고 밝히면 안 된다. 당신이 사용한 전화기라고 진술해 달라”고 요구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정 당국은 조사 이후 차명 휴대전화를 문제 삼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B 씨는 현재는 이 휴대전화를 사용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A 씨의 조카가 사진을 보낸 B 씨의 전화가 이 사업가에게서 넘겨받은 것인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경찰은 B 씨가 차명 휴대전화를 썼는지, 이 휴대전화가 어떤 용도에 사용됐는지 등을 조사할 계획이다.
한편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지난해 11월 여성 사업가가 A 씨를 강간 공갈 혐의로 고소했던 사건을 담당했던 서울 서초경찰서 담당자를 19일 직접 불러 당시 조사 상황을 샅샅이 점검하고 있다. 유력 인사 성 접대 등 당시 A 씨에 대해 제기됐던 모든 의혹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는 취지다. 경찰은 당시 수사에서 미진한 부분이 없었는지, 부당한 외압은 없었는지도 살펴볼 계획이다.
경찰은 또 의혹의 핵심인 성 접대 동영상을 찾는 데도 주력하고 있다. A 씨 조카는 취재팀에 “B 씨 성관계 동영상 파일을 인터넷에 저장해 놓았다”고 말했다. 조카가 이 파일을 삭제할 경우 동영상 확보가 어려울 수도 있다는 점에서 경찰이 최대한 빨리 해당 인터넷 사이트에 대한 압수수색을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광영·최창봉 기자·노은지 채널A 기자 ne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