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선출 직후 전화해선“친척들에게 대신 안부 전해라 내가 걸면 바티칸 금고 바닥나”
아르헨티나에 살고 있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여동생 마리아 헬레나 베르고글리오 씨.
교황이 된 오빠가 떨리는 목소리로 여동생에게 가장 먼저 건넨 말은 “오, 하느님(ooooh, God)”이었다고 베르고글리오 씨는 18일 CNN 인터뷰에서 밝혔다. 자신이 교황으로 선출된 것을 믿을 수 없다는 놀라움과 감격의 표현이었다.
이어 교황은 “걱정하지 말라. 나는 잘 있다”며 여동생을 안심시켰다. 이는 베르고글리오 씨가 과거에 ‘오빠가 교황에 선출되지 않게 해달라’고 기도했을 정도로 오빠를 걱정했기 때문이다. 베르고글리오 씨는 “이전 교황 선출 때 오빠가 아르헨티나를 떠나지 말았으면 하는 이기적인 마음에 그렇게 기도했었다”며 “그렇지만 이번에는 마음을 바꿔 성령에게 ‘내 말에 귀를 기울이지 말아 달라’고 기도했더니 정말 그대로 이뤄졌다”며 기뻐했다.
교황은 또 여동생에게 “나를 대신해 다른 가족 친지들에게 안부를 전해 달라”며 “만약 내가 여기서 일일이 전화를 다 걸면 바티칸 금고가 금방 바닥날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베르고글리오 씨는 “오빠는 경황이 없는 상황에서도 농담을 할 수 있는 사람”이라며 “어릴 적부터 오빠는 남다른 유머감각을 가지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오빠가 뛰어난 유머감각을 가질 수 있는 것은 신에 대한 굳건한 믿음이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