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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최상급 해외여행 트렌드 어디까지 왔나

입력 | 2013-03-21 03:00:00

아웃바운드 여행의 진화




여행은 진화하고 있다. 더 이상 낯선 도시가 낯설지 않을 만큼 여행에 익숙한 사람들은 ‘어느 나라로 갔는지’ 보다 ‘누구와 무엇을 하고 왔는지’를 더 중요하게 여긴다. 하나투어 제공

10년 전인 2003년 7월 배낭 하나 둘러메고 다녀온 유럽 여행은 한마디로 ‘뒤통수 관광’이었다.

처음 밟아본 유럽 대륙을 언제 또 가볼까 싶었다. 프랑스 파리를 거쳐 니스, 스위스 인터라켄, 오스트리아 빈, 체코 프라하, 독일 베를린과 뮌헨, 프랑크푸르트를 25일 동안 깃발 꽂듯 다녀왔다. 솔직히 여행이라기보다 이동에 가까웠다. 도시에 도착하면 대부분의 시간을 대표 관광지에서 ‘인증샷’을 찍는 걸로 보냈다. 에펠탑을 눈으로 보기보다 에펠탑을 배경으로 사진 찍는 시간이 더 길었다. 이런 이유로 동행한 친구와 “뒤통수만 호강하는 여행”이라고 농담을 주고받았던 기억이 난다.

지난해 9월 유럽으로 다시 여행을 떠났다. 이번에는 달랐다. 이탈리아 밀라노와 베네치아에서 가능한 ‘현지인처럼 살아보기’로 콘셉트를 정했다. 여러 나라를 순회하는 여행에 회의가 들었다. 숙박공유업체인 에어비앤비를 통해 현지인 집에 머물렀다. 지도 한 장 달랑 들고 아무런 계획 없이 이리저리 돌아다녔다. 관광지를 배경으로 한 기념사진은 남지 않았지만 여행지에서 만났던 사람들과 쌓았던 추억은 어떤 여행보다 짙게 남아 있다.

1370만 명. 지난해 해외로 여행을 떠난 한국인 수다. 경기 불황에도 해외 여행객이 해마다 증가하며 한국인의 아웃바운드(outbound·국내에서 해외로 나가는) 여행시장은 호황을 누리고 있다. 동시에 여행 행태도 많이 변하고 있다. ‘어느 나라로 갔는지’보다 ‘누구와 무엇을 하고 왔는지’로 여행의 관심사가 바뀌고 있다. 쉽게 말하면 여행의 양이 아니라 질을 따지게 됐다.

해외여행에 익숙한 사람이 늘며 숙박과 항공 일정을 혼자서 짜는 개별 자유여행(FIT·Free Independent Tourism)이 많아졌다. 동시에 단체여행에서 얻을 수 없던 서비스를 내세운 신종 패키지 상품도 인기다. A style이 성장하는 아웃바운드 시장에서 새로 떠오른 여행 트렌드를 정리했다.



■ 비행기 이동-특급호텔 사용 ‘프리미엄 패키지’ 날개 돋쳐

패키지여행의 진화 ‘프리미엄 패키지’


‘힐링’이 여행의 주된 목적으로 떠오르며 여행 내내 스파만 받는 상품도 인기다. 휴트래블 제공

직장인 권유진 씨(28)는 지난해 말 남은 연차를 써서 7박 10일 터키 여행을 다녀왔다. 여러 나라를 여행해 본 그는 이번에 처음으로 일반 상품보다 3배나 비싼 ‘프리미엄 패키지 상품’을 선택했다. 이유는 “주요 명소에서 사진만 찍거나 한식당을 찾아다니는 단체관광에 질렸기 때문”이다.

여행사에서 360만 원에 구입한 이 상품은 20명의 관광객과 도시 곳곳을 비행기로 이동하며 특급호텔에만 머무는 게 특징이었다. 같이 다닌 여행객 대부분이 해외에 체류하는 한국인이라는 점도 좋았다. 권 씨는 “다른 단체여행과 달리 인맥을 쌓고 편하게 여행을 즐길 수 있어 돈이 아깝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처럼 여행사들이 최근 2∼3년 새 출시한 고급 패키지여행 브랜드는 계속 성장세다. 2010년 고급 맞춤여행을 표방하며 출시된 하나투어의 ‘제우스’는 지난해 2210명을 대상으로 총 69억4479만 원의 상품을 팔았다. 2010년 4억1272만 원의 매출액을 거둔 것에 비하면 2년 만에 사업규모가 17배로 커진 셈이다. 하나투어는 올해 제우스를 통해 85억 원의 매출을 거둘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모두투어의 프리미엄 브랜드 ‘모두투어 JM’도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27% 늘었다.

모두투어 관계자는 “다양한 지역을 다녀본 사람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무조건 고가(高價)가 아니라 같은 여행지라도 더 좋은 곳에서 자고 더 특별한 경험에 중점을 둬야 한다”고 설명했다. 서비스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3무(無)’, 즉 팁, 쇼핑, 옵션이 없다는 점도 프리미엄 패키지의 특징이다. 누구랑 함께 떠나는지가 점점 중요해지면서 경제적 문화적 수준이 맞는 사람끼리 팀을 구성하는 패키지 상품도 인기다.

나만을 위한 개별 자유여행

우르르 몰려다니는 단체여행 상품은 자유롭지 않고 개성도 없다. 2009년부터 혼자서 호텔이나 항공권을 예약할 수 있는 인터넷 서비스가 늘어나며 머릿속에 그려 놓은 자유여행을 현실화할 수 있는 방법이 많아졌다. 하지만 여행에 필요한 절차를 혼자서 하는 일은 여전히 부담스럽고 귀찮다. 게다가 개별예약을 하다 보면 같은 구간이라도 단체여행에 비해 항공권과 호텔요금이 턱없이 비쌀 때가 많다. 이런 틈새를 파고든 게 일대일 맞춤 여행 컨설팅이다.

2009년 문을 연 여행 컨설팅업체 ‘휴트래블’에는 별도의 여행 상품이 없다. 그 대신 고객이 머릿속에 그려 놓은 여행을 현실로 옮겨 주는 일을 한다.

여행 가이드북을 쓰다가 여행사를 차린 마연희 휴트래블 대표는 “단체여행과 비슷한 가격에 뻔하지 않은 자유여행을 가려는 사람이 늘며 매출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항공 호텔 차량 등은 단체여행 수준으로 싸게 제공하되 별도의 컨설팅비(35만 원)를 따로 받는다.

휴가기간 내내 한 가지 레포츠만 즐기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위는 다이빙 투어, 아래는 양궁 투어. 휴트래블 제공

마 대표에 따르면 한국인들이 원하는 자유여행의 모습은 최근 몇 년 새 많이 달라졌다. 우선 한 나라에서 머무는 기간이 길어졌다. 숙소를 중요시하며 풀빌라를 갖춘 고급 리조트에 많이 익숙해졌다. 자연스럽게 여행의 목적이 ‘힐링’이 되어 가고 있다.

가족여행객들 중에 하루 이틀만 같이 일정을 공유하고 나머지는 따로 노는 고객이 늘어나는 것도 재밌는 특징이다.

휴가 기간 내내 한 여행지에서 특정 레포츠만 하는 사람이 크게 늘어 다이빙 투어, 낚시 투어가 인기다. 단순히 레포츠를 체험하기 위한 여행이 아닌, 자격증 취득을 목적으로 여행을 계획하는 사람도 늘었다. 해외로 자격증을 따러 가거나 레포츠를 함께하는 동호회 단위의 단체여행도 인기를 끌고 있다.


아기를 동반한 가족여행이 인기다. 사진은 영·유아를 동반한 가족여행을 전문으로 하는 하나투어 ‘플라잉베베’의 상품. 하나투어 제공

뜨는 ‘신혼 4종 투어’

요즘 결혼한 신혼부부 사이에서는 ‘신혼 4종 투어’가 인기를 얻고 있다. 허니문에 이어 아기가 생기면 떠나는 ‘베이비문(태교여행)’, 결혼 1주년 기념여행, 아기 첫돌 여행이 바로 그것이다. 최근에는 영·유아를 동반한 가족여행이 늘며 이를 전문으로 하는 상품들도 인기다. 생후 24개월 미만 영·유아는 항공요금이 무료라 같이 떠나도 큰 경제적 부담이 없다.

하나투어는 아기와 함께 마음 편하게 여행을 다녀올 수 있도록 다양한 편의를 제공하는 여행상품 ‘플라잉베베’를 선보이고 있다. 플라잉베베는 아기를 동반했을 때 필요한 준비물을 대신 챙겨 주고, 아기를 보살펴 주는 유모 서비스를 포함한 게 특징이다. 필리핀 세부, 인도네시아 발리, 남태평양 사이판, 말레이시아 코타키나발루 등 직항으로 닿을 수 있는 휴양지 중심으로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이 상품은 주로 3개월 이상 4세 미만의 영·유아를 둔 가족에게 인기이며 방수기저귀, 유모차 등 각종 아기용품과 물놀이 세트, 아기용 이유식, 응급처치 약품 등을 챙겨 준다. 아기용 놀이기구나 서적도 현장에서 대여할 수 있다. 무엇보다 베이비시터가 동행해 부부가 안심하고 마사지를 받거나 둘만의 시간을 즐길 수 있는 게 장점이다.

보통 4박 일정에 동남아(세부 코타키나발루)는 1인당 140만 원대, 남태평양(사이판 괌)은 120만 원대다.

■ 꿈같은 코스 일대일 맞춤 유행 공연-봉사체험 여행도 열풍

전문가 여행… 환갑여행… 봉사여행

한진관광의 프리미엄 브랜드인 ‘칼팍’은 지난해 여름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로 음악여행을 떠나는 상품을 기획했다. 뮤직페스티벌 티켓 예매를 대행해 주고 음대 교수를 섭외해 함께 떠나는 여행이었다. 1650만 원에 이르는 가격에도 예상 인원인 10명을 채웠다. 이처럼 최근에는 음악여행 테니스여행 빈티지 산악여행 등 한 가지 테마를 정해 놓고 이에 걸맞은 전문가를 대동하는 ‘가이디드 투어(guided tour)’가 인기를 끌고 있다.

활동적인 여가를 즐기는 노년층이 늘어나며 환갑·칠순 잔치 대신 기념여행을 가는 수요도 확대되고 있다. 편안하고 안전한 여행을 콘셉트로 정해 하나투어에서는 안심콜서비스와 개인수신기를 제공하고 출고 5년 미만의 장거리 버스를 이용하고 있다. 여행지에서 자녀들의 편지를 직접 인솔자가 읽어 주는 이벤트도 마련된다. 여행을 갔다 오면 기념 액자를 만들어 택배로 배송해 준다.

봉사활동(volunteer)과 여행(tourism)을 접목한 자원활동여행(Voluntourism)도 여행의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외국에서는 볼런티어 트래블(Volunteer travel), 볼런티어 휴가(Volunteer vacations), 바캉티어리즘(Vacanteerism) 등으로 불린다. 쉬고 즐기는 여행에서 누군가를 돕고 배우는 것으로 여행의 목적이 바뀌고 있는 셈이다. 모두투어는 캄보디아 시엠레아프의 한 공동체를 방문해 배식 활동을 돕고 봉사증명서를 발급해 주는 체험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 스마트 여행용품 어떤 게 있나… 초경량 캐리어-다용도 배낭 참 편해요 ▼


요즘 여행용품의 콘셉트는 ‘스마트’다. 혼자 떠나는 자유여행이 많기에 여행을 편안하게 도와주는 톡톡 튀는 아이디어 상품들이 나오는 것. 점점 까다로워지는 항공사의 수하물 무게 제한 때문에 가벼운 여행가방들도 주목받고 있다. A style은 스마트 여행용품만 엄선해 소개한다.

불법 스키밍 방지 여권케이스


전자카드 정보를 불법으로 복사해가는 ‘스키밍’. 전자여권도 스키밍당할 수 있다는 우려가 생기자 최근 스키밍 방지 기능이 있는 여권 케이스가 인기 있다. 외교부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자여권에는 보안처리가 돼 있어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지만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이 든다면 스키밍 방지 여권케이스를 눈여겨보자.

만다리나덕의 스마트 여권 케이스에는 3M의 ‘전자 차폐 필름’이 내장돼 있다. 이 필름은 전자여권의 IC칩에 기록된 개인정보를 불법으로 스키밍하는 것을 차단해준다. 또 친환경 소재인 재활용 압축 소가죽을 사용한 데다 선명한 색깔의 디자인이 돋보인다. 가격은 6만8000원.

초경량 캐리어


쌤소나이트는 최근 초경량 고강도 여행가방 ‘파이어라이트’를 선보였다. 신소재인 ‘커브’ 소재를 써 높이가 55cm인 가방의 무게가 1.9kg 수준이다. 외부의 충격을 받아도 모양이 변형되지 않고 원래 모양대로 복구하는 기능이 있는 소재라 안심하고 항공사에 짐을 맡기기 좋다.

또 미국 교통안전청(TSA)에서 승인한 잠금장치가 달려 있는 것도 특징이다. 미국 공항에서 공항 보안요원이 자물쇠를 부수지 않고 TSA 마스터키로 가방을 열어볼 수 있도록 고안된 잠금장치다. 가격은 64만 원 선(높이 55cm 기준).

접어서 보관하는 캐리어

프랑스 브랜드 리포는 접어서 보관할 수 있는 캐리어 라인인 ‘플라이어블 제로 퍼센트(Pliable 0%)’를 내놓았다. 나일론 소재로 만들어 실용적이고 오래 쓸 수 있는 게 특징. 사이즈도 기내용인 21인치(53.34cm)에서 장거리 여행용인 28인치(71.12cm)까지 다양하게 나와 있다.

리포는 선명한 레드, 오렌지 계열의 색깔로도 유명하다. ‘플라이어블 제로 퍼센트’의 가격대가 21인치 기준으로 19만8000원 선이다. 국내에서는 LG패션의 패션 편집 매장 라움과 LG패션 온라인 쇼핑몰에서 살 수 있다.

다용도 배낭


만다리나덕의 ‘터치’ 배낭은 2박 3일 정도 가볍게 떠나고 싶은 남성들에게 추천할 만하다. 가방 끈을 가방 안으로 완전히 집어넣을 수 있어 토트백이나 크로스백으로 활용할 수 있다. 캐리어 소형 사이즈와 비슷한 크기라서 생각보다 많은 물건이 들어간다. 가격은 38만9000원.

품격 있는 캐리어

오랫동안 쓸 수 있는 품격 있는 캐리어로는 ‘프리마 클라세’ 제품이 있다. 골든베이지색을 배경으로 9가지 색상으로 그려진 세계지도 패턴으로 유명한 가방이다. 세계 고지도에서 영감을 받은 대로 일부러 희미하고 색이 바랜 듯한 양피지 느낌을 살렸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