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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경, 논문 표절 의혹에 “양심 안 팔았다” 반박

입력 | 2013-03-20 14:48:00


"학계의 기준에 맞추지 못한 것은 실수였지만 양심까지 함부로 팔지는 않았다."

논문표절 의혹이 제기된 스타강사 김미경 씨(48)가 20일 억울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씨는 이날 오후 자신의 트위터에 장문의 해명 글을 올렸다.

그는 "조선일보의 기사를 보면서 적잖이 당황스러웠다"면서 "논문의 전체 흐름과 맥락을 보지 않고 일부분만 확대 해석돼 본말이 전도된 점이 있다"고 억울해했다.

김 씨는 "이 논문은 제가 2000년부터 기업현장에서 성희롱 예방교육을 하면서 느꼈던 고민의 산물이다"라면서 "논문의 전체 컨셉, 방향, 목차 등은 모두 제가 만들었다. 이 논문은 철저히 설문조사에 기반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그는 "특정 주제에 대해 설문을 만들고 그에 대해 분석한 내용이 누군가의 표절이라는 건 상식적으로 있을 수 없다"고 반박했다.

다만 김미경은 이론적 배경을 인용하는 과정에서 부주의한 점이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조선일보가 문제 삼은 부분은 성희롱의 이론적 배경에 대한 부분이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제가 부주의한 점이 있었지만 일부러 의도한 것이 아니다"라면서 "당시 원저자만 명시하면 되는 줄 알았고 그것이 표절이 되는 것인 줄 이번에 처음 알았다"고 일부 잘못을 시인했다.

끝으로 김미경은 "이번 일을 통해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면서 실수와 부족함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려 한다"면서 "공인으로서 겸손하고 더 많은 분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겠다. 심려를 끼쳐 드려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앞서 조선일보는 이날자 신문에서 "김미경이 2007년 2월 작성한 석사 학위논문 '남녀평등 의식에 기반을 둔 직장 내 성희롱 예방 교육의 효과성 분석'에서 기존 연구·학위논문을 최소 4편 짜깁기했다"고 보도했다.

김 씨에게 학위를 준 이화여대 측은 김 씨의 정책과학대학원 석사 학위논문 표절의 진위를 파악한 뒤 연구진실성위원회를 열어 후속 조치를 논의하겠다고 전했다.

▽ 다음은 논문표절 의혹을 받은 김미경의 입장 전문 ▽

새벽에 저에 대해 쓴 기사를 봤습니다. 우선 저를 아껴주시고 응원해주시는 모든 분께 걱정 끼쳐드려 죄송할 따름입니다. 여러 가지로 착잡한 심정입니다.

제가 다녔던 대학원은 자기계발에 목마른 직장인들이 퇴근 후 없는 돈 쪼개서 다니는 특수대학원이었습니다. 직장인의 특수성을 고려해서 논문을 쓰면 4학기 안에 석사학위를 주고 안 쓰면 5학기에 졸업시험을 보고 학위를 주는 곳입니다.

저 역시 한 학기 더 다니고 석사학위를 받을 수도 있었지만 굳이 논문을 썼던 이유는 제가 강의현장에서 보고 느낀 것을 한번쯤 아카데믹하게 정리해보고 싶다는 작은 소망 때문이었습니다.

졸업한 뒤 20여년 가까이 지나 처음 논문을 쓴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고 테크닉적으로 부족한 게 많았던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적어도 남의 콘텐츠를 쓸 때는 출처를 밝혀야 한다는 상식은 알았기에 제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쓴 논문입니다.

제가 좀 더 글을 섬세하게 다듬지 못하고 학계의 기준에 맞추지 못한 것은 실수였지만 제 양심까지 함부로 팔지는 않았습니다. 부디 이점은 믿어주시기 바랍니다.

조선일보의 기사를 보면서 적잖이 당황스러웠습니다. 제 논문의 전체 흐름과 맥락을 보지 않고 일부분만이 확대 해석되어 본말이 전도된 점이 있기 때문입니다.

기사를 보면 제 논문이 '후속연구를 그대로 가져다 붙인 수준'이라고 묘사했습니다. 또한 '대필업체가 주로 쓰는 수법'이라는 식으로 제가 마치 돈을 주고 전체 논문을 산 것처럼 보이더군요.

그러나 이 논문은 제가 2000년부터 기업현장에서 성희롱 예방교육을 하면서 느꼈던 고민의 산물입니다. 기업교육을 다녀보니 성희롱이 일어나는 근본이유가 양성평등 의식의 부족에서 온다는 점을 알게 됐고, 실제로 이 점을 강조해보니 교육효과가 높아진다는 것도 알게 됐습니다. 그래서 이를 수치적으로 조사해서 그 과학적 근거를 입증하고 싶었던 것이죠.

그런 고민에서 시작된 논문이었던 만큼 논문의 전체 콘셉트, 방향, 목차 등은 모두 제가 직접 만들었습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제 논문의 제목은 '남녀평등의식에 기반을 둔 직장 내 성희롱 예방교육의 효과성 분석'입니다.

직접 보면 아시겠지만 이 논문은 철저히 설문조사에 기반하고 있습니다. 제가 강의를 다니면서 짬짬이 41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였고 그에 대한 분석 내용이 논문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특정 주제에 대해 설문을 만들고 그에 대해 분석한 내용이 누군가의 표절이라는 건 상식적으로 있을 수 없습니다.

조선일보가 문제 삼은 부분은 성희롱의 이론적 배경에 대한 부분입니다. 기사에서 표절의 증거로 제시한 부분을 보면 '외모에 대한 성적인 비유나 평가, 성적 관계를 강요하거나 회유하는 행위, 음란한 내용의 전화통화, 회식자리에서 무리하게 옆에 앉혀 술을 따르도록 강요하는 언어적 행위 등이 포함된다'라고 돼 있는데 이는 제 논문에서 '언어적 성희롱'을 정의한 부분입니다.

그러나 그 위에는 맨 처음 언어적 성희롱을 정의한 원저자 두 명의 이름이 표기돼 있습니다. 또 하나 그들이 제시한 것은 성희롱 관련 규정, 즉 팩트입니다. 말하자면 성희롱의 기본 개념과 팩트를 제가 표절했다는 것입니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제가 부주의한 점이 있었지만 이것은 일부러 의도한 것이 아닙니다. 당시 저는 원저자만 명시하면 되는 줄 알았고 그것이 표절이 되는 것인 줄 이번에 처음 알았습니다. 알았다면 세상에 어느 누가 표절을 하면서 원저자를 명시하겠습니까.

그러나 논문 전체가 짜깁기의 산물인 것처럼, 누군가의 지적재산권을 교묘하게 가로챌 의도로 쓴 것처럼 묘사한 부분은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겉으로 보이는 몇 가지 사실이 곧 진실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지금 가장 걱정되는 것은 제 강의를 들으며 새로운 꿈과 희망을 가졌던 많은 이들이 저로 인해 상처받지는 않을까 하는 점입니다. 이번 일을 통해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면서 제가 지나쳐왔을 지도 모를 실수와 부족함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려 합니다.

그리고 본의 아니게 너무 빠르게 제가 공인이 되다보니 부족한 점이 많지만 이제 공인으로서 더 겸손하고 더 많은 분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겠습니다. 다시 한 번 이번 논란으로 심려 끼쳐 드려 죄송합니다.

<동아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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