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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바뀐 상반기 대졸 공채… 서류전형-전공제한 등 없애

입력 | 2013-03-21 03:00:00

문 넓히고 전형과정 대폭 단순화… 턱 낮췄다 스펙보다 스토리 우대




지난해 하반기 대졸 공채로 입사한 현대자동차 조우람 사원(30)은 카레이서 출신이다. 어릴 때부터 자동차에 관심이 많았던 조 씨는 대학에 들어가자마자 카레이서로 활동했다. 4년간 드라마나 영화에 카레이서 대역으로 출연할 정도로 자동차에 빠져 지냈다.

조 씨는 지난해 구직에 나섰으나 여의치 않았다. 2.6점의 학점과 토익 700점이라는 내세울 것 없는 스펙을 가진 조 씨를 받아주는 곳이 없었다. 30여 곳에 입사원서를 냈지만 서류전형 문턱조차 넘기 힘들었다. 그러던 차에 작년 가을 현대차 채용설명회에서 열린 ‘5분 자기 PR’에 참가해 해박한 자동차 지식을 뽐냈다. 그 덕분에 조 씨는 공채 서류전형 면제 혜택을 받았고 결국 신입사원이 됐다. 입사 동기 가운데 연수 성적도 1위를 차지할 만큼 사내에서 인정받는 새내기 사원이다.

○ 스펙보다 스토리 있는 인재

상반기 대졸 공채 시즌이 본격적으로 개막했다. 올해 상반기 대졸 공채의 주요한 특징 중 하나는 조 씨처럼 스펙보다는 스토리를 가진 인재를 찾는 기업들이 늘었다는 점이다. 특히 새 정부가 청년 일자리 창출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대기업들이 채용 규모를 늘리거나 다양한 인재를 채용하는 방향으로 화답하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올해부터 채용설명회에서 ‘하이브리드형 인재선발 콘테스트’라는 자기 PR 대회를 열고 우수자에게는 서류전형 면제 혜택을 준다. 현대차는 지원자의 스펙이 아닌 끼와 열정을 중시한다는 취지에서 이번 공채부터 지원서 작성 항목을 28개에서 20개로 줄이고 사진도 과감히 없앴다.

SK는 지난해 하반기 공채부터 새로운 도전을 즐기는 ‘바이킹형’ 인재를 뽑는 데 주력하고 있다. 올 상반기에는 오디션 채용 프로그램인 ‘바이킹 챌린지’를 열 계획이다. 바이킹 챌린지를 통과한 구직자에게는 인턴십 참가 기회를 주고 평가 결과에 따라 신입사원으로 채용할 계획이다. SK 관계자는 “지난해 바이킹형 인재로 뽑은 50여 명의 신입사원을 주로 해외 신사업이나 신성장동력과 관계된 계열사로 전진 배치했다”고 말했다.

포스코는 아프리카, 인도, 중동, 중앙아시아 등 신흥시장 지역 정보에 밝은 인재를 우대하기로 했다. 벤처 창업을 해보며 실패를 경험한 인재도 우선 채용하기로 했다. 올해 처음으로 군 전역장교 채용도 실시한다.

○ 채용 절차 짧아지고 인문학 중시

길게는 3개월 넘게 진행됐던 대기업 채용 절차도 짧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화그룹은 상반기 공채부터 인·적성검사를 보지 않기로 했다. 인·적성검사를 없앤다는 발표에 19일 마감된 한화그룹의 상반기 대졸 신입사원 서류전형에는 5만1200여 명의 구직자가 몰렸다. 지난해보다 20%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한화 관계자는 “인·적성검사가 빠지면서 채용에 소요되는 기간도 기존 75일 안팎에서 45일 정도로 30일가량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며 “4월 중순까지는 채용 절차를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롯데그룹은 여성과 장애인, 지방 우수인재 채용을 확대하고 전형 기간을 줄이기 위해 지원자들이 인·적성검사와 면접 전형을 하루에 마치도록 배려할 계획이다.

대기업들은 또 ‘창조경제’라는 새 정부 화두에 맞춰 그동안 이공계, 상경계열 전공자에 비해 구직 기회가 적었던 인문학 전공자에 대한 취업문을 넓히고 있다. 삼성은 인문학 전공자를 뽑아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육성하는 ‘컨버전스 소프트웨어 아카데미’를 도입했다. 기아자동차는 지원자들이 자신의 성향을 기아의 영문 이니셜인 K(창의성), I(소통), A(혁신)에 맞게 지원하도록 하고 전공 제한도 없앴다.

포스코는 철강업과 상관없어 보이는 한국사시험 성적 우수자에게 서류전형 가산점을 준다. 포스코 관계자는 “제철보국(製鐵報國·철을 만들어 나라에 바친다)의 창업이념처럼 도전정신이나 열정뿐 아니라 올바른 역사의식과 국가관을 갖춘 인재가 글로벌 비즈니스를 주도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GS칼텍스는 역시 국내 기업 최초로 2008년부터 대졸 공채사원 인·적성시험에 한국사시험을 같이 치르고 있다.

정효진·이진석·강홍구 기자 wiseweb@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