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생활건강 ‘비욘드’
DBR 그래픽
○ 진정성 있는 커뮤니케이션
2012년 6월 말, 싱가포르에 있는 페이스북 아시아지사 실무진이 한국을 찾았다. 정확하게는 비욘드를 생산하는 LG생활건강을 찾았다.
비욘드 팀은 긴급회의를 열었다. 장시간 논의한 끝에 회피하거나 뒤로 물러서기보다는 진정성 있게 설명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비욘드 팀은 페이스북에 장문의 글을 올렸다. 의약품 등 생명과 직결되는 분야의 동물실험까지 모두 반대하는 것은 아니며 세포배양 독성평가법이나 패치 테스트 등 화장품의 유해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대체법을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목조목 설명하는 글이 올라가자 비난이 빗발치던 게시판이 거짓말처럼 조용해졌다. 방문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면서 찬성하는 사람이 크게 증가했다. 싱가포르에서 연락이 온 것은 그 즈음이다. 아시아 지역에서 이처럼 단기간에 트래픽이 폭증한 사례가 없었는데 그 이유가 무엇인지 알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페이스북 실무진을 만나 사정을 설명하니 그들은 감탄하며 돌아갔다.
○ 신속한 리스크 대응으로 블루오션 창출
비욘드가 출시된 것은 2005년 4월이다. 당초 취지는 컬러 푸드가 갖고 있는 생명력을 피부에 전달하겠다는 것이었다. 참살이(웰빙) 트렌드에 맞춰 1년여 동안 야심 차게 기획한 새로운 브랜드였다. 그런데 그보다 2∼3개월 앞서 나온 스킨푸드가 발목을 잡았다. 스킨푸드는 비욘드와 기획 의도가 완전히 일치했다. 이름부터 ‘푸드’를 전면에 내세운 스킨푸드는 큰 호응을 얻었다. 아무리 애를 써도 스킨푸드의 아류라는 오명을 벗기 어려웠다. 승산이 없다고 판단한 비욘드는 출시 1년 만에 방향을 전면 수정하기로 결단을 내렸다.
친환경 제품을 만들면서 가장 어려웠던 것은 원료를 확보하는 일이다. 특히 최소 3년간 화학 비료나 살충제를 쓰지 않아야 하는 유기농 원료를 얻기가 어려웠다. 비욘드 팀은 유기농 원료를 국내에서 공급받는 비율을 높이기 위해 다음과 같은 방법을 사용했다. 예컨대 녹차가 필요하다면 전체 녹차 밭 중 일부분을 유기농 방식으로 재배해 줄 것을 농가에 요청한다. 그곳에서 생산되는 전량을 LG생활건강이 사들이기로 계약한다. 계약을 맺은 농가는 3년간 시간을 들여 유기농 방식으로 녹차를 재배하고 생산된 분량을 전부 LG생활건강에 넘긴다. 이런 방식을 활용해 비욘드 팀은 원료의 국산화 및 유기농 비율을 높였다.
○ 차별화된 광고를 과감히 시도
비욘드가 시도한 또 다른 일은 화장품으로서는 다소 파격적인 광고를 기획하고 내보낸 것이다. 통상 제품 광고는 긍정적인 이미지를 전달하는 데 주력한다. 이는 소비자의 제품 인식에 영향을 미친다. 소비자가 해당 제품을 떠올릴 때 아름답거나 멋진 이미지가 동반되는 식이다. 화장품 역시 인기 연예인이 등장해 이 제품을 사용하면 나처럼 예뻐질 수 있다는 식의 메시지를 던지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비욘드 팀은 동물실험을 하지 않는다는 점을 전면에 부각시키고 싶었다. 다른 화장품과 비슷한 광고로는 소비자의 관심을 끌 수 없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래서 나온 결과물이 톱스타 김수현이 강아지를 안고 등장해 “예뻐지기 위해 널 다치게 할 순 없어, 아름다워지기 위해 널 상처받게 할 순 없어”라고 말하는 광고다. 화장품의 성분이나 효능을 앞세우기보다는 동물실험 반대라는 다소 민감한 주제를 정면으로 건드린 것이다.
광고안이 처음 나왔을 때 사내에서는 우려가 컸다. 자칫하면 비욘드를 떠올릴 때 가죽이 벗겨진 쥐나 고통스러워하는 원숭이 등이 함께 생각날 수도 있었다. 하지만 비욘드 팀은 그대로 밀고 나가기로 결정했다. 소비자에게 비욘드의 목표와 정체성을 확실히 각인시킬 수 있을 것으로 믿었다.
최한나 기자 h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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