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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과 놀자!/여기는 신문박물관]창간 10주년 기념 추첨행사 1등엔 ‘장롱’ 선물

입력 | 2013-03-21 03:00:00


동아일보가 창간 10주년(1930년) 행운권을 추첨해서 독자에게 전달한 장롱(왼쪽). 1933년에는 청전 이상범의 수묵화 ‘춘산유거’를 넣어서 달력을 만들어 선물로 보냈다. 신문박물관 제공

최초의 근대신문 ‘한성순보’는 순 한문이라서 독자층이 중앙 및 지방의 관리와 한문해독이 가능한 양반계층으로 한정됐습니다. 한글신문의 등장으로 독자층이 넓어졌지만 독자를 여전히 문명개화의 대상으로 생각하던 시기도 있었습니다. 이후 신분과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신문에 독자가 의견을 투고하는 시기가 도래합니다.

동아일보는 1920년 7월, 지령 100호를 기념해 지면을 쇄신합니다. 여기에 독자논단 ‘자유종’, 독자의 불평을 듣는 ‘불평란’, 독자의 질문에 전문가의 답변을 싣는 ‘질의란’과 같은 코너를 만들어 독자 참여를 유도합니다. 총독부 기관지 ‘매일신보’와 일본어신문 ‘경성일보’는 관공서나 일부 기업인만 보던 시절입니다.

동아일보는 1920∼30년대에 독자를 위한 행운권 추첨 행사를 자주 마련했습니다. 지금의 신문박물관이 있는 동아일보사 옛 사옥(서울시 유형문화재 131호)이 1926년에 완공되자 사옥 낙성기념 행운권 행사가 열렸습니다. 1등 1명에게는 옷장을, 2등 2명에게는 금시계, 3등 5명에게는 광목 1필을 증정했습니다.

창간 10주년(1930년)에는 동아일보 10년 독자를 대상으로 행운권을 추첨했습니다. 1등을 차지한 독자에게 경대와 장롱을 증정했습니다. 당시 신문지면에 장롱을 받는 사진을 담은 기사가 크게 게재됐습니다. 이 장롱이 2007년에 신문박물관에 돌아왔습니다. 시할머니가 받은 장롱을 손자며느리(이배용 전 국가브랜드위원장)가 77년 만에 동아일보에 기증했거든요. 일제강점기와 6·25전쟁 등 격변기를 거치면서도 가보로 닦고 손질한 장롱은 지금도 윤이 납니다. 현재 박물관 수장고에 보관돼 있습니다.

동아일보는 1932년 1월 1일 모든 독자에게 신년선물로 만주와 몽골의 지도, 산업 통계표를 달력과 함께 배열한 총천연색 만몽개념도(滿蒙槪念圖)를 증정했습니다. 군데군데 손상됐지만 아직도 색감이 뚜렷합니다.

창간 15주년(1935년)을 기념해서는 행운권 1등으로 20명을 뽑아 금강산 유람을 시켰습니다. 또 명창대회, 강연회, 웅변대회, 음악회, 영사회, 운동경기, 전람회, 라디오 청취회 등 다양한 행사가 이어졌습니다.

박물관에는 ‘독자와 동아일보’라는 전시코너가 있습니다. 동아일보 백지광고 사태 당시 독자가 보낸 격려광고 문안, 아기 돌반지, 은수저를 보여줍니다. 독자가 보낸 신문 관련 사료 역시 박물관이 소중히 간직하고 있습니다. 김문식 선생은 1955∼1992년의 동아일보를 중심으로 자료 1만4000여 점을 수집했다가 2006년 신문박물관에 기증했습니다. 박한설 강원대 명예교수는 1952년부터 동아일보를 구독하면서 하루도 거르지 않고 모았다가 1990년 38년 장기독자로 선정됐습니다. 이분은 아직도 동아일보를 구독하는데, 2008년에는 주요 신문 창간호와 호외 같은 귀중한 자료 190여 점을 신문박물관에 기증했습니다.

독자들은 일제강점기 동아일보 정간에 가슴아파했습니다. 군사정부 시절 동아일보가 탄압을 받거나 민주화의 물꼬를 트는 데 앞장설 때는 격려의 박수를 보냈습니다. 동아일보는 4월 1일로 창간 93주년을 맞습니다. 동아일보에 대한 독자의 관심과 사랑을 신문박물관에서 확인해 보세요.

이현정 신문박물관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