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장관 후보 의혹 잇달아 “흠집 너무 커” 임명강행 부담정보기관, 예비역 여론 수렴
최근까지 청와대 기류는 임명 강행 쪽에 가까웠다. 북한의 도발 가능성이 높은 안보 위기 상황에서 국방부 수장 자리를 계속 비워둘 수 없다는 현실적 이유에서였다. 또 김종훈 전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 황철주 전 중소기업청장 내정자 등이 잇달아 자진 사퇴한 만큼 김 후보자까지 낙마하면 임기 초 국정 주도권을 야권에 빼앗길 수 있다는 정치적 판단도 깔려 있었다.
하지만 국회 인사청문회 이후에도 김 후보자를 둘러싼 의혹이 꼬리를 물면서 임명 강행의 정치적 부담이 너무 커졌다는 우려가 청와대 내부에서도 나오기 시작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20일 “김 후보자의 임명이 쉽지 않을 것 같다”며 “입 벌리고 기다리는 야당에 먹잇감을 줄 수는 없지 않느냐. 이번에는 대통령이 한 번 접어야 하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후보자의 거취가 자진 사퇴 쪽으로 정리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 관계자는 “하지만 김 후보자가 버티면 (정리하는 데) 시간이 좀 걸릴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김 후보자는 사퇴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날 김 후보자의 측근은 “지난 시절의 과오와 불찰을 속죄하는 심정으로 국방부 장관직을 한 치의 사심도 없이, 필사즉생(必死則生)의 각오로 수행해 국민의 우려와 염려를 불식하겠다는 것이 김 후보자의 심정”이라고 전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그동안 보여 온 인사 스타일을 볼 때 먼저 김 후보자에게 사퇴를 권유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 민주 “김병관, KMDC측과 미얀마 방문 사실도 숨겨” ▼
김병관 국방부 장관 후보자(원 안)가 2011년 1월 KMDC 관계자들과 함께 미얀마를 방문했을 때 찍은 사진. KMDC 홈페이지 캡쳐
김 후보자가 미얀마 출국 사실을 은폐했다는 의혹도 일고 있다. 박 원내대표는 “청문회 자료로 제출한 ‘후보자 10년간 출입국 기록 자료’를 보면 미얀마 출국 당시 행선국이 미상으로 기록돼 있다”며 “이는 국회에서의 증언 및 감정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1년 이상의 징역을 받을 수 있는 범죄다. (김 후보자는) 장관은커녕 사법처리 대상”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후보자는 해명자료를 통해 “행선국 및 여행 목적이 ‘미상’으로 기록된 것은 법무부 출입국관리부서에서 작성한 출입국 내역에 그렇게 기록돼 있었기 때문”이라며 은폐 의혹을 부인했다.
이재명·이남희·손영일 기자 egij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