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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서도 비토論 靑, 김병관 딜레마

입력 | 2013-03-21 03:00:00

국방장관 후보 의혹 잇달아 “흠집 너무 커” 임명강행 부담
정보기관, 예비역 여론 수렴




청와대가 ‘김병관(65·사진) 딜레마’에 빠져들고 있다. 김 국방부 장관 후보자의 임명을 강행하든 사퇴시키든 청와대가 입을 상처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최근까지 청와대 기류는 임명 강행 쪽에 가까웠다. 북한의 도발 가능성이 높은 안보 위기 상황에서 국방부 수장 자리를 계속 비워둘 수 없다는 현실적 이유에서였다. 또 김종훈 전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 황철주 전 중소기업청장 내정자 등이 잇달아 자진 사퇴한 만큼 김 후보자까지 낙마하면 임기 초 국정 주도권을 야권에 빼앗길 수 있다는 정치적 판단도 깔려 있었다.

하지만 국회 인사청문회 이후에도 김 후보자를 둘러싼 의혹이 꼬리를 물면서 임명 강행의 정치적 부담이 너무 커졌다는 우려가 청와대 내부에서도 나오기 시작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20일 “김 후보자의 임명이 쉽지 않을 것 같다”며 “입 벌리고 기다리는 야당에 먹잇감을 줄 수는 없지 않느냐. 이번에는 대통령이 한 번 접어야 하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후보자의 거취가 자진 사퇴 쪽으로 정리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 관계자는 “하지만 김 후보자가 버티면 (정리하는 데) 시간이 좀 걸릴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정보기관도 일부 예비역 장성들을 대상으로 김 후보자의 거취에 대한 의견을 청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복수의 예비역 장성들은 “정보기관이 자연스레 여러 얘기를 나누며 나름대로 의견을 청취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김 후보자의 거취에 대한 의견조사를 한 적은 없다”면서 “식사 자리에서 자연스레 김 후보자 얘기가 나올 수는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김 후보자는 사퇴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날 김 후보자의 측근은 “지난 시절의 과오와 불찰을 속죄하는 심정으로 국방부 장관직을 한 치의 사심도 없이, 필사즉생(必死則生)의 각오로 수행해 국민의 우려와 염려를 불식하겠다는 것이 김 후보자의 심정”이라고 전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그동안 보여 온 인사 스타일을 볼 때 먼저 김 후보자에게 사퇴를 권유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 민주 “김병관, KMDC측과 미얀마 방문 사실도 숨겨” ▼

김병관 국방부 장관 후보자(원 안)가 2011년 1월 KMDC 관계자들과 함께 미얀마를 방문했을 때 찍은 사진. KMDC 홈페이지 캡쳐

야권은 김 후보자의 임명을 국면 전환의 ‘최대 호재’로 삼겠다는 분위기다. 박 대통령의 ‘불통 인선’을 적극 부각해 4·24 재·보궐선거 때까지 ‘김병관 이슈’를 끌고 갈 태세다. 민주통합당 박기춘 원내대표는 이날 김 후보자가 해외 자원개발 특혜 의혹을 받은 KMDC의 주식을 취득하기 4개월 전 KMDC 관계자들과 미얀마를 방문했다며 증거 사진을 공개했다. KMDC 이영수 회장은 김 후보자와 기업인 20여 명, 새누리당 의원 3명 등과 함께 2011년 1월 19일부터 4박 5일간 미얀마 수도 네피도를 방문해 미얀마 해상광구 탐사개발권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박 원내대표는 “사전에 회사정보를 이용하지 않았고 지인의 권유로 주식을 구입했다는 김 후보자의 해명은 거짓임이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김 후보자는 2011년 5월 KMDC의 비상장 주식 750주(3000여만 원 상당)를 매입했으나 이 사실을 신고하지 않아 논란이 됐다.

김 후보자가 미얀마 출국 사실을 은폐했다는 의혹도 일고 있다. 박 원내대표는 “청문회 자료로 제출한 ‘후보자 10년간 출입국 기록 자료’를 보면 미얀마 출국 당시 행선국이 미상으로 기록돼 있다”며 “이는 국회에서의 증언 및 감정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1년 이상의 징역을 받을 수 있는 범죄다. (김 후보자는) 장관은커녕 사법처리 대상”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후보자는 해명자료를 통해 “행선국 및 여행 목적이 ‘미상’으로 기록된 것은 법무부 출입국관리부서에서 작성한 출입국 내역에 그렇게 기록돼 있었기 때문”이라며 은폐 의혹을 부인했다.

새누리당 내에서도 김 후보자에 대한 ‘비토 여론’이 만만치 않다. 너무 많은 흠집이 나 안보 위기 상황에서 60만 대군의 수장으로 영(令)이 서겠느냐는 지적도 상당하다. 심재철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더이상 대통령을 욕되게 하지 말고 스스로 물러나기 바란다”며 “(KMDC 주식 보유 사실을) 바빠서 깜빡했다는 변명은 구차해 보인다”고 말했다.

이재명·이남희·손영일 기자 egij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