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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행범 동정 보도’ CNN 시청거부 운동

입력 | 2013-03-21 03:00:00

美누리꾼 사과요구 코너 개설… 하루도 안돼 17만명 서명




미국 오하이오 주 고교 미식축구부 성폭행 사건의 불똥이 보도전문채널인 CNN으로 튀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다.

19일 워싱턴포스트(WP) 등 언론은 CNN이 술에 취한 또래 여고생을 성폭행한 가해 학생들의 처지를 동정하는 듯한 보도로 공정성 시비에 휘말려 파장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CNN은 17일 스튜벤빌고 학생 2명이 유죄 선고를 받았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정규방송을 중단하고 현장에 있던 취재기자를 연결했다. 여기자인 파피 할로는 “장래가 매우 촉망되는 풋볼 스타이자 매우 훌륭한 학생들이기도 한 두 젊은이는 (이번 판결로) 인생이 말 그대로 산산조각이 났다고 여기고 있다. 두 사람에게 벌어진 이런 상황을 보고 있는 나 같은 ‘외부인’도 너무 힘들다”고 보도했다.

보도가 나간 뒤 트위터에는 “불쌍한 CNN, 유죄 판결이 전도유망한 스튜벤빌고 강간범들의 인생을 망친 게 아니라 강간 행위가 그들 스스로를 망친 것이다” “CNN은 강간 피해자보다 강간범들을 더 걱정하는 것 같다”는 비난의 글을 쏟아냈다.

급기야 누리꾼들은 페이스북에 ‘보이콧 CNN’이란 그룹을 만들어 CNN 시청 거부 운동에 나서며 사과를 촉구했다. 인터넷 청원 사이트인 체인지닷오르그(change.org)에는 ‘당신들의 구역질나는 논평에 대해 사과하라’는 창이 개설돼 하루도 안 돼 서명인 수가 17만 명을 돌파했다. 인터넷 청원을 제안한 가브리엘 가르시아 씨는 “성폭력 문화를 바꾸려면 거대 보도채널인 CNN 스스로 잘못을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태가 확산되고 있지만 CNN은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폭스뉴스 등에 밀려 보도채널 3위로 떨어진 CNN의 재기 노력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앞서 스튜벤빌고의 미식축구 선수인 메이스와 리치먼드는 2012년 8월 또래 여고생과 파티에서 술을 마시고 성관계를 맺은 뒤 여성의 사진을 소셜미디어에 올렸다가 피해 여성으로부터 고소를 당했다. 가해자는 합의에 의한 성관계라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성폭행을 당했다는 피해 여성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뉴욕=박현진 특파원 witnes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