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1년 2월 4일 ‘해외에서 합판주문 밀려 수출 배짱’이란 제목으로 동아일보 경제면에 실린 기사의 내용입니다. 1980년대 초까지 합판은 한국의 효자 수출 품목이었습니다. 물론 지금은 상황이 180도 다릅니다. 연간 6500억 원 규모인 국내 합판시장의 38%는 중국산이 차지하고 있고 국산 비율은 27%에 그칩니다.
지식경제부 산하 무역위원회는 21일 중국산 합판에 덤핑 예비판정을 내렸습니다. 중국 합판업체들이 싼 가격을 무기로 한국 시장을 점령하자 견디다 못한 국내 합판 제조업체들이 정부에 덤핑 여부를 조사해 달라고 신청한 데 따른 결과입니다. 무역위는 올 하반기에 국내 산업의 피해 수준을 따진 뒤 덤핑방지관세 부과 여부를 결정할 예정입니다.
물론 이번 한국 정부의 조치가 2002년 마늘파동 같은 대형 ‘통상 분쟁’으로 번질 가능성은 크지 않습니다. 한중 양국 모두 최근 새 정부가 출범했고 북한 핵문제를 둘러싸고 안보 공조가 절실한 상황에서 합판 덤핑 같은 소소한 이슈가 크게 부각되긴 어렵습니다.
하지만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양국 간 견해차로 삐걱대고 있고 미국이 자국이 주도하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참여하라고 한국에 압력을 가하는 마당에 이번 사건이 차후 양국 간 무역 분쟁의 불씨가 될 소지도 아주 없진 않습니다. 이래저래 새로 통상정책을 맡을 산업통상자원부의 어깨가 무겁습니다. 국익을 잃지 않으면서 마찰도 빚지 않는 ‘솔로몬의 지혜’가 절실한 때입니다.
이상훈 기자 januar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