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이라도 잡고 잘까요.” “왜 이래.” ‘호프 스프링즈’는 중년 부부의 사랑 되찾기를 유쾌하고 섬세하게 그렸다. 데이지 제공
‘호프 스프링즈’(28일 개봉)는 둘의 연기 맛이 제대로 곰삭은 영화다. 결혼 30년 차 부부인 남편 아널드와 아내 케이는 각방을 쓰고 신체 접촉도 전혀 없다. 하숙생과 다를 게 없는 무뚝뚝한 남편과 달리 케이는 소녀 같다. 식어 버린 남편과의 사랑을 되살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케이는 거액의 상담료를 지불하고 성 클리닉에 등록한다. “돈을 어디다 쓰는 거냐”며 화를 내던 아널드도 마지못해 상담소로 가는 비행기에 오른다. “마지막 잠자리는?” “성적 환상은 뭔가요?” 하지만 성 상담 전문가의 도발적인 질문에 보수적인 아널드는 안절부절못하고 화만 낸다. “껴안고 자라” 등 전문가가 매일 내주는 숙제도 못마땅하다. “30년을 살았으면 됐지, 그럼 우리가 가짜 부부야?” 과연 두 사람은 상담 기간 일주일 동안 신혼 같은 달콤함을 회복할 수 있을까.
스트립 연기의 장점은 캐릭터의 미묘한 특징을 제대로 잡아낸다는 것이다. 그는 입을 크게 벌리지 않고 조용조용하게 말하는 말투와 다소곳한 걸음걸이로 캐릭터에 빙의된 느낌이다. 가부장적인 남편에게 “사랑을 되찾고 싶다”는 말도 못하는 소심한 주부의 모습 그대로다. ‘맘마미아’ 등에서 보여 준 기가 세고 당찬 현대 여성의 모습은 어디로 갔는지 싶다. ‘크레이머 대 크레이머’(1979년) ‘소피의 선택’(1982년) ‘철의 여인’(2012년)으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세 번이나 거머쥔 이유는 이 영화만 봐도 알 것 같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를 통해 여성의 심리를 섬세하게 묘사했던 데이비드 프랭클 감독의 작품. 18세 이상.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