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성남시 판교신도시 공사현장에서 나온 4, 5세기 백제와 고구려의 석실분 9기가 실물 그대로 옮겨져 전시된 판교박물관이 4월 2일 일반에 공개된다. 석실분 9기가 실내에 전시된 박물관은 국내에서 이곳이 유일하다. 판교=남경현 기자 bibulus@donga.com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백제 고분 7기와 고구려 고분 2기로 모두 얇은 돌을 켜켜이 쌓아 만든 석실분이다. 이 고분들은 해체복원이 어려워 국내 처음으로 고분을 그대로 떠서 박물관으로 옮겼다. 1기당 무게 10∼15t에 이르러 100t의 중량을 감당하는 대형 크레인이 사용됐다. 이전 비용만 1기당 1억5000만 원에서 2억 원이 들었다.
백제 고분은 한성백제 시대인 4∼5세기(근초고왕∼개로왕), 고구려 고분은 5세기(장수왕 이후)의 것이다. 백제 고분은 대체로 보존이 양호한 상태로, 토기와 금은 장신구 등 50여 점의 유물이 나왔으나, 고구려 고분은 도굴된 탓인지 텅 비어 있었다. 특히 백제 고분은 돌을 쌓은 내부 모양이 격자형에서 아치형으로 변하는 시기의 특징을 보여주고 있다. 6세기 조성된 충남 공주의 백제 무령왕릉은 완전한 아치형으로 조성됐다. 고구려 고분은 남한에서는 현재 40여 기가 발견됐는데, 대부분 연천 포천 등 한강 북쪽이고 한강 이남에서는 화성 동탄신도시와 용인 보정동에서 발견됐을 뿐이다.
박물관에는 고분 외에 10만 년 전의 구석기시대 토층과 움집을 비롯해 신석기시대 빗살무늬토기, 청동기시대 민무늬토기, 삼국시대 금은 장신구, 고려시대 청자, 조선시대 백자 등 유물 200여 점이 전시된다. 진 학예사는 “판교가 한강과 가까운 탄천을 끼고 있고 산림이 양호해 구석기시대부터 주거지로 기능해온 것으로 파악된다”고 설명했다.
박물관은 용지면적 4800m², 지하 1층 지상 1층, 총면적 1400m² 규모다.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문을 연다. 매주 월요일은 휴관. 해설사들의 안내도 받을 수 있다.
남경현 기자 bibul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