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태현 박사, 1925년 3월 16일자 지면서 확인
경북 문경시에 있는 옛길박물관의 학예연구사인 안태현 박사는 21일 “학술 문헌조사 과정에서 동아일보 1925년 3월 16일자 기사에 문경새재아리랑 네 구절이 있는 것을 찾았다”고 밝혔다. 안 박사는 안도현 시인의 친동생이다.
동아일보에 실린 아리랑은 “聞慶(문경)새재 덕무푸레 말채쇠채로 다 나간다/聞慶새재 박달나무(檀木) 북바듸집으로 다 나간다/黃柏(황백)나무 북바듸집은 큰아기 손목이 다 녹아난다/할미성(姑母城·고모성) 꼭대기 진을 치고 倭兵丁(왜병정) 오기만 기다린다”의 네 구절. 동아일보는 ‘동아일보 기자 지방순례’라는 연재기사에서 문경의 역사와 문화를 소개하며 문경새재아리랑을 함께 실었다. 기사에는 “檀木(박달나무)도 亦是(역시) 만은(많은) ㅱ닭에 特(특)히 此(차·이)에 대한 民謠(민요)ㅱ지 잇다”고 전했다.
안 박사는 “아리랑은 구전으로 전해진 민요라 기록으로 남아 있는 자료 자체가 희귀하다”며 “동아일보 자료는 양도 풍부하고 당시 문경새재아리랑의 원형을 파악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고 평가했다.
특이한 것은 1925년 동아일보 기사에는 이 아리랑을 ‘박달나무 민요’라고 소개한 점이다. 당시는 아리랑에 대한 명확한 개념도 정립되지 않았던 시절. 문경에 박달나무가 많다보니 자연스레 민초들이 그렇게 불렀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안 박사의 설명이다. 그러나 1985년 고 송영철 선생으로부터 채록한 문경새재아리랑을 보면 “문경새재 물박달나무 홍두깨방망이로 다 나가네/홍두깨방망이는 팔자가 좋아 큰애기 손질로 놀아나네/아리랑 쓰리쓰리랑 아라리요 아리아리랑 고개로 날 반겨주소”라는 대목이 있어 그 원형임을 확인할 수 있다.
옛길박물관은 이런 내용을 바탕으로 국립민속박물관과 함께 특별공동기획전 ‘길 위의 노래 고개의 소리, 아리랑’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에는 독일 훔볼트대가 소장한 ‘김그레고리의 아리랑’ 유성기 음반도 국내에 처음으로 전시된다. 김그레고리는 제1차 세계대전 때 러시아군에 징용됐다가 독일에 포로로 잡혀서 아리랑을 녹음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전시는 4월 4일부터 5월 31일까지. 800∼1000원. 054-550-8365∼8
정양환 기자 r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