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용환자 잇따라 병원신세… 1600명에 4억 챙긴 80대 입건
관절염으로 고생하던 주부 이모 씨(53)는 이달 초 광주 서구 임모 씨(81)의 주택을 찾았다. 임 씨가 제조한 약이 관절염은 물론 말기 암에도 특효가 있다는 얘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임 씨는 이 씨에게 거무스름한 액체가 든 병 2개와 환약이 담긴 병을 건넸다. ‘만병통치제’라고 소개했다. 이 씨는 25만 원을 주고 이 약을 복용했지만 몸이 붓고 얼굴에 붉은 반점이 생겼다. 액체에서는 지독한 썩은 내가 났고 환약에는 흰색 곰팡이가 피어 있었다. 이 씨가 이를 항의하자 임 씨는 오히려 “병이 나을 때 나타나는 호전증세다. 발효가 잘된 것이니 더 많이 복용하라”고 권했다. 그러나 이 씨는 이 약을 복용한 지 1주일 만에 상태가 더 악화돼 병원에 입원해야만 했다.
경찰 조사 결과 임 씨는 2010년부터 매실씨, 호박 등을 썩힌 물로 만든 액체와 환약을 1600여 명에게 판매해 4억 원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관계자는 “만병통치제라는 소문은 헛소문이었을 뿐 이를 복용한 사람 대부분이 부작용에 시달렸다”고 말했다. 광주 서부경찰서는 임 씨를 21일 불구속 입건했다.
광주=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