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안나 진오비(진정으로 산부인과를 걱정하는 의사들 모임) 대변인
보도에 따르면 태아를 검사한 결과 심장기형과 구순구개열(언청이) 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나자 친부모가 태어날 아이의 고통을 생각해 대리모에게 낙태를 요청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리모는 “부모라도 아이의 생명을 멋대로 빼앗을 수는 없다. 아이에게 기회를 주기 위해 모든 것을 다 시도해 봐야 한다”며 낙태를 거부했다.
기형아, 한국선 낙태 당했을 것
‘평생 고통을 받으며 살 바엔 죽는 게 낫다’는 판단은 누가 할 수 있는 걸까. 부모라고 그럴 권리가 있는 것일까. 정상적으로 살 가능성이 적다는 이유로 사망 선고를 받아야 한다면 의학은 왜 필요한 것일까.
우리 사회에서는 임신 중 치명적인 문제가 생길수록 조기에 유산되거나 사산된다. 아이가 태어날 때는 태어날 만해서 태어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충분히 살 수 있는 아이들조차 태아 이상을 이유로 한 낙태가 공공연히 일어나고 있다. 특히 초음파로 진단이 쉬운 기형의 경우 생존 가능성이 높아도 낙태율이 높다는 보고도 있다. 즉 태아의 건강을 살피는 진단 의학의 발달이 치료법 발전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태아 사망 선고만 늘리는 셈이다.
기형에 대해서는 모르고는 낳아도 알고서는 못 낳는다는 게 우리의 일반적인 정서다. 분만 후 아이에게 이상이 발견되면 의사가 오진해서 불법 낙태의 기회를 놓쳤다고 소송을 거는 일도 있을 정도다. 그러나 이상이 있는 환자를 치료해 살리려고 의사가 있는 것이지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없애기 위해 의술이 필요한 게 아니다.
얼마 전 열린 평창 스페셜 올림픽에서 화제가 된 박모세 씨는 두개골의 심한 기형으로 의사가 생존 가능성이 없다며 낙태를 권했다고 한다. 하지만 박 씨의 어머니는 포기하지 않았고 박 씨는 10%만 남은 뇌로 성장해 개막식에서 애국가를 부르며 우리에게 감동을 주었다. 박 씨를 보면서는 격려의 박수를 치면서, 장애 아이를 낳은 대리모를 ‘악마’ 운운하는 것은 얼마나 이중적인 잣대인가.
살아갈 수 있는 환경 만들어줘야
우리가 안타까워할 일은 장애 아이가 태어난 것이 아니라 그 아이를 잘 치료하고 양육할 수 있는 환경을 아직도 만들지 못한 것이며 우리 사회의 발전과 경제력을 생각해 볼 때 정말 부끄러운 일이다.
내가 그런 장애를 가진 당사자라면 난 살고 싶다. 대리모든 친부모든 나를 포기하지 말고 살려만 준다면 최선을 다해 살면서 평생 감사할 것이다. 사는 것보다 죽는 게 낫다는 말, 남의 인생을 두고 누구도 그렇게 말할 수 없다.
최안나 진오비(진정으로 산부인과를 걱정하는 의사들 모임) 대변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