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접대 의혹 전개과정
김학의 법무부 차관을 비롯한 전현직 고위공직자 성 접대 의혹 사건의 발단은 일선 경찰서에서 접수한 성폭행 고소사건이었다.
지난해 11월 여성사업가 K 씨는 서울 서초경찰서에 건설업자 윤모 씨(52)를 고소했다. K 씨는 고소장에 “윤 씨가 내게 최음제를 먹인 다음 강제로 성관계를 갖고 이 장면을 운전사에게 찍도록 했다”며 “동영상으로 협박해 현금 15억 원과 벤츠S500L 차량도 빼앗아갔다”고 썼다. K 씨와 함께 경찰서에 온 여성 C 씨도 2008년 윤 씨에게 성폭행당했다고 진술했고 이 내용은 K 씨의 고소장에 추가로 들어갔다. C 씨는 2008년경 고위관료(김학의 법무부 차관으로 추정)와 성관계를 맺었다고 진술한 여성이다.
경찰은 윤 씨를 긴급 체포하고 강간 및 공갈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검찰은 증거 불충분으로 기각했다. 윤 씨와 K 씨가 오랜 기간 교제한 것으로 보여 성폭행 혐의가 성립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결국 경찰은 강원 원주시 남한강변 인근의 별장을 압수수색해 나온 불법 총기 등을 근거로 지난달 총포도검법 위반 등 혐의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윤 씨 측은 “K 씨가 수십억 원대 별장을 차지하기 위해 C 씨와 공모해 고소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지난해 12월 K 씨는 평소 친분이 있던 대부업자 P 씨에게 윤 씨로부터 벤츠S500L 차량을 빼앗아와 달라고 부탁했다. P 씨는 부하 2명을 시켜 별장에서 벤츠를 빼앗아왔다. 그런데 빼앗아온 차의 트렁크에서 윤 씨가 촬영한 것으로 보이는 성관계 장면 CD 7장이 트렁크에서 발견됐다. P 씨는 이 중 김 차관으로 의심되는 인물이 등장하는 동영상을 K 씨에게 보내 “당신 동영상도 있다”고 협박했다. 이런 내용이 경찰의 고소사건 수사 과정에서 흘러나왔고 법조계 등에 ‘김학의 차관의 성 접대 동영상이 유출됐다’는 은밀한 소문이 빠르게 퍼졌다.
청와대는 법무부 차관 인선을 앞두고 동영상 여부를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김 차관뿐 아니라 현직 병원장, 전직 고위공직자 등이 포함됐다는 구체적인 정황이 세간의 입방아에 오른 상태였다. 경찰청 등 사정기관에도 ‘첩보’ 수준으로 보고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수뇌부는 지난달 말경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동영상이 있다는 진술이 나왔다”는 취지로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과 청와대가 은밀하기 이를 데 없고 은폐해도 무방할 듯한 이 사건의 내사 및 탐문에 나선 것은 동아일보 취재팀이 올초부터 첩보를 입수해 확인 취재에 나선 것이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언론이 취재에 나섬에 따라 결국은 세상에 공개될 가능성이 있으므로 사실관계를 파악해야 한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박훈상·김성모 기자 tigermas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