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평화협상 포기 안해”… 이스라엘 정착촌 확장 비판오바마가 선물한 목련묘목… 이 “검역 미필” 뽑아버려
이스라엘에서 출발해 라말라를 방문한 오바마 대통령은 마흐무드 압바스 자치정부 수반과 정상회담을 가진 뒤 “팔레스타인인은 그들만의 국가를 가질 권리가 있다”며 “미국은 팔레스타인이 이스라엘의 점령에서 벗어나 독립적인 주권국가를 수립할 수 있도록 헌신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동 평화협상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오바마 대통령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분쟁의 핵심 현안인 정착촌 건설 문제에 대해 “(이스라엘의) 정착촌 건설이 타당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가장 큰 화제를 몰고 온 사건은 일명 ‘목련 사건’으로 이스라엘 당국이 오바마 대통령이 심은 목련나무를 뽑아버린 것. 오바마 대통령은 이스라엘에 대한 선물로 에어포스 원(대통령 전용기)으로 목련나무 묘목을 실어와 20일 대통령 궁 앞뜰에서 시몬 페레스 대통령과 함께 식수 행사를 했다. 그러나 이스라엘 농무부는 “해외 농산물 반입 규정에 따라 이스라엘로 들여오는 모든 묘목은 해충 피해에 대한 안전 점검을 거쳐야 한다”며 곧바로 이 나무를 뽑아버렸다. 이 나무가 검사를 통과하면 2, 3주 뒤 다시 심어진다. 워싱턴포스트는 “(이스라엘이) 오바마에 대한 반가움을 가진 동시에 오랫동안 이스라엘을 찾지 않은 데 대한 섭섭함을 공개적으로 표출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비스트(짐승)’로 불리는 오바마 대통령 전용 리무진이 텔아비브 길거리 한복판에서 고장으로 꼼짝하지 않아 체면을 구겼다. 이스라엘로 공수된 리무진은 오바마 대통령의 도착에 맞춰 공항으로 가다가 멈춰 서 견인됐다. 미 비밀경호국(SS)은 “연료 문제는 아니다”라며 “고장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건 뒤 다른 리무진이 긴급 투입됐다.
오바마 대통령의 ‘입’도 화제였다. 텔아비브 공항에 내린 오바마 대통령이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의 영접을 받으며 “(미국) 의회를 안 보니까 기분 좋다”고 말하는 장면이 중계 카메라에 잡혔다. 최근 시퀘스터(연방정부 예산 자동감축) 협상으로 의회와 타협이 지지부진한 것을 빗댄 발언이었다.
또 공항 영접행사에서 이스라엘 측으로부터 카펫에 그은 ‘레드라인(빨간 선)’을 따라 걸어달라는 요청을 받은 오바마 대통령은 “네타냐후 총리가 언제나 ‘레드라인(금지선)’ 얘기를 했다”며 “이스라엘은 확실히 레드라인을 좋아하는 것 같다”는 농담을 던져 환영객들로부터 웃음을 샀다. 네타냐후 총리가 “이란 핵개발에 무력 대응하는 레드라인을 설정해야 한다”며 오바마 대통령을 수차례 압박한 것을 받아친 것.
오바마 대통령은 이란 핵개발에 대해서는 “우리는 이 문제를 외교적으로 해결하는 것을 선호하며 아직 그럴 시간이 있다”며 “그렇지만 만일 외교가 실패하면 모든 수단을 강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