댕~ 댕~ ’장인 혼 담은 ‘천년의 소리’
충북 진천군 진천읍 장관리 역사테마공원 안에 2005년 문을 연 종 박물관. 중요무형문화재 제112호인 원광식 주철장이 수집하고 제작한 150여 점의 종을 비롯해 동서고금의 다양한 종을 만날 수 있다. 장기우 기자 straw825@donga.com
충북 진천군 진천읍 장관리 역사테마공원에 자리 잡은 국내 유일의 복제 종(鐘) 전문 박물관인 ‘진천 종 박물관’은 바로 원 씨의 종에 대한 애정과 혼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곳이다.
원 씨는 17세 때 할아버지에게서 범종 제작 기술을 전수받은 뒤 종 제작에만 매진해 온 장인. 1969년 작업 도중 쇳물이 튀어 한쪽 눈을 잃기도 했던 그는 1997년 전통 범종 제작 기법인 ‘밀랍주조법’ 재현에 성공했다. 2005년에는 대형 범종 제작을 위한 새 밀랍주조법을 개발해 특허까지 냈다. 2000년 대한민국 명장(名匠)에, 2001년 중요무형문화재로 각각 지정받았다. 2005년 국내 첫 종 박물관이 진천에 세워지자 150여 점의 종을 기증하고 명예박물관장을 맡고 있다. 그의 딸 보현 씨는 현재 종 박물관 학예연구사로 활동 중이다.
2층으로 된 진천 종 박물관 앞에 서면 한눈에 종의 역사가 펼쳐진다. 항아리를 뒤집어 놓은 듯한 종 모양의 대형 유리 구조물이 입구 한가운데 자리 잡고 있다. 옆으로 이어진 건물은 타종했을 때 음파가 퍼져 나가는 맥놀이를 형상화했다.
1층 전시실 입구에는 한국의 대표 종이자 ‘에밀레종 설화’로 유명한 성덕대왕신종이 관람객을 맞는다. 실물 크기로 종을 완성한 뒤 거푸집을 떼어 내는 형상을 연출했다. 성덕대왕신종은 고대 종 가운데 최대의 범종이자 정교한 세부 장식과 아름다운 종소리를 간직한 한국 범종 최고의 걸작이다.
전시실 안에는 원 씨가 밀랍 주조 공법으로 복원 및 복제한 고대 범종이 줄을 지어 서 있다. 한국 범종의 전형이자 최고의 예술미를 자랑하는 통일신라시대의 범종, 전(前) 시대의 범종 양식을 이어받아 현실적인 조형미를 보여 주는 고려시대 범종, 고려 후기 범종 형식과 중국 종의 형식이 결합해 독자적인 형태와 문양을 갖춘 조선시대 범종, 일본 종의 형태로 만들어진 근대의 종과 본래 한국 종의 복원을 위해 노력하던 1970년대 종 등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2층에서는 한국의 전통 종 제작법인 ‘밀랍주조법’과 중국 일본 등의 ‘사형주조법’을 비교해 보여 준다. 밀랍주조법으로 종을 만드는 과정을 인형으로 정교하게 제작해 어린이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단추를 누르면 범종부터 두부장수 종 등 다양한 종소리를 들을 수 있다. 옆으로 발걸음을 옮기면 종 수집 전문가인 이재태 하정희 씨 부부가 수집한 동서고금의 종을 볼 수 있다. 이 씨 부부는 20년간 전 세계 종 8000여 점을 수집했는데, 이 박물관에서 해마다 주제별로 종 전시회를 열고 있다.
○ 연계 관광지 풍성
종 박물관 인근에는 동양에서 가장 오래된 다리로 알려진 진천 농다리(籠橋·지방유형문화재 제28호)가 있다. 문백면 구곡리 굴티마을 앞 세금천에 돌로 쌓은 농다리는 길이 93.6m, 너비 3.6m, 높이 1.2m, 교각 폭 80cm로 1000여 년 전 고려시대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사력암질 자석(紫石)을 뿌리가 서로 물리도록 쌓아 겉으로 보면 물고기 비늘 형태를 띠고 있다. 돌만을 쌓아 올리는 독특한 축조 방식을 사용해 문화재로서 가치가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충북도는 1976년 도 유형문화재 제28호로 지정했다. 농다리는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 선정됐고, 행정안전부가 실시한 제1회 ‘살기 좋은 지역 만들기 지역 자원 경연대회’에서 전국 우수 지역 자원 100선에 선정되기도 했다. 진천군은 다음 달 26∼28일 농다리 일원에서 ‘제13회 생거 진천 농다리 축제’를 연다
김유신 탄생지와 태실(胎室), 3층 목탑으로 유명한 보탑사, ‘가사 문학의 대가’인 송강 정철 선생의 위패를 모신 ‘정송강사’, 만화가 허영만의 ‘식객’에 등장했던 ‘덕산 양조장’도 둘러볼 만하다.
장기우 기자 straw82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