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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경남]울산 태화강 황어, 산란하다 수난

입력 | 2013-03-22 03:00:00

낚시금지구역 지정하니… 쇠스랑-돌로 무차별 포획
처벌근거 없어 훈계 조치만




울산 태화강에 최근 산란을 하기 위해 황어가 몰려오자 인근 주민들의 황어 포획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사진은 울주군 범서읍 선바위교 인근에서 한 주민이 20일 농기구(쇠스랑)로 잡은 황어를 쇠스랑에 담고 입에 물고 가는 모습. 고발 당한 이 주민은 경찰에서 ‘훈계’만 받고 풀려났다. 경상일보 제공

산란을 하기 위해 울산 태화강을 찾는 황어가 수난을 겪고 있다. 매운탕 등 요리를 위해 주민들이 무차별로 포획하기 때문이다. 낚시금지구역으로 지정된 태화강에서 이 같은 일이 하루에도 수차례 벌어지지만 처벌할 근거는 없다. 황어가 보호어종으로 지정되지 않은 데다 낚시금지구역이라도 낚시나 그물 등 법으로 금지된 어구만 사용하지 않으면 처벌하기 어렵다.

19일 오후 울주군 범서읍 선바위교 인근 태화강. 황어 수백 마리가 뒤엉켜 산란을 하고 있었다. 이를 지켜보던 주민이 강으로 들어가 쇠스랑으로 황어 떼를 내리찍는 장면이 취재진에게 포착됐다. 이 주민은 수십 마리의 황어를 포대에 담아 유유히 사라졌다. 다음 날인 20일에는 한 주민이 비슷한 장소에서 산란 중인 황어 떼를 향해 큰 돌을 던져 잡고 있었다.

울산시는 쇠스랑으로 황어를 잡은 주민을 내수면어업법 위반 혐의로 관할 경찰서에 고발했다. 그러나 경찰은 이 주민을 처벌할 근거가 없다며 ‘훈계’ 조치만 했다. 내수면어업법에는 △동력기관이 부착된 보트 △잠수용 스쿠버 장비 △투망 △작살류 등의 어구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따라서 쇠스랑으로 황어를 잡는 행위는 처벌할 수 없다는 것. 태화강 선바위교∼학성교 12.6km 구간이 낚시금지구역으로 지정돼 있지만 낚시와 야영, 취사 행위만 금지할 뿐이다. 이 때문에 산란을 하기 위해 태화강을 찾아오던 황어가 사라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황어는 태화강 수질이 맑아진 2005년부터 늘어나기 시작해 2010년부터 매년 산란기인 3, 4월 수만 마리가 찾고 있다.

울산 태화강 관리단과 울주군은 황어 산란기에 순찰반을 구성해 황어의 주 산란지인 선바위교 일대에서 단속을 펼치고 있다. 태화강 관리단 관계자는 “황어가 물이 얕고 자갈이 많은 곳에 모여 산란을 하기 때문에 쉽게 잡을 수 있다”며 “황어를 잡지 못하도록 계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재락 기자 rak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