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의 오랜 친구 B에게 여자 친구가 생겼다. B는 여자 친구를 A의 아내에게도 소개하고 싶었다. 여자끼리도 친구가 되어 두 커플이 함께 어울리면 좋겠다는 바람이었다.
A와 B는 찜질방에서 만나기로 했다. 두 여자도 함께 목욕을 하고 나면 금방 막역한 사이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남자들처럼 말이다. 그러나 결과는 딴판이었다. 두 여자가 친해지는 것은 고사하고, 양쪽 커플 모두 뒤탈을 감당해야 했다.
A와 B 모두, 여자가 남자와 다르다는 점을 알지 못했다. 여자는 남자들과 달리 친해진 뒤에야 목욕을 함께 한다. 서로에게 민낯과 맨몸을 드러내는 것이 여자들에겐 기꺼운 일이 전혀 아닌 것이다.
남자가 둘 사이의 주파수를 맞춰 보려고 이런저런 주제를 꺼내 본다. 마지못해 두 여자 간에 대화가 오가지만 관계가 진전될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연기를 하는 여자들도 있다. 소개받은 자리에선 스스럼없이 통하는 듯 행동하다가도 기회를 다시 만들면 핑계를 대거나 난색을 보인다.
처음 만난 여자끼리 친해지는 과정을 살펴보면 남자의 세계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약간의 탐색전을 벌이다가 공통분모를 찾아내면 대화가 늘어나며 서로에게 한 걸음씩 다가서게 된다.
그런데 그 사이에 남자가 있을 경우에는 얘기가 180도 달라진다. 평소에 보여주던 친화력을 드러내지 않는 것이다. 두 여자가 마치 짠 듯이. 많은 남자가 이 부분을 이해하지 못한다. 두 여자를 어떻게든 친하게 만들어 보려고 애를 쓰다가 낭패를 당한다.
해답은 두 사람 사이를 이어주려 했던 남자의 ‘말’에 있다. 아마도 이런 식으로 권했을 것이다. “당신도 그 사람을 만나 보면 좋아할 거야. 대단한 여자야. 능력이 뛰어난 데다 유머감각까지 탁월해서….”
결국 여자는 상대를 만나기도 전에 묘한 경쟁의식과 거부감을 갖게 된다. 질투일 수도 있고 시기일 수도 있다.
그러니까 여자에게 여자를 소개할 때에는 ‘해설’을 구구절절 늘어놓지 않는 게 최선이다. 좋은 의도의 ‘해설’이 ‘일방적인 칭찬’으로 전달되는 바람에 기대와 다른 결과를 낳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여자들의 관계에는 남자의 관점으로는 풀이할 수 없는 묘한 구석이 있다.
한상복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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