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마마, 돈 크라이’는 두 명의 남자 주인공이 이끄는 단출한 작품이지만 감동이라는 치명적인 매력으로 관객을 사로잡는다. 극중 드라큘라 백작으로 열연중인 고영빈. 사진제공|설앤컴퍼니
■ 헉, 물리면 중독…뱀파이어의 치명적 매력
소심남 프로페서V ‘악마와의 거래’
매력 얻고 피에 굶주린 뱀파이어로
단출한 출연진…두 남자 2시간 공연
배우 독 품은 연기…무대에 광기가
록콘서트-로맨스 분위기 여심 홀려
시큰둥하게 나갔다가 ‘퀸’을 만나는 행운은 소개팅에만 있는 게 아니다. 때로는 공연장에서도 비슷한 경험을 겪는다. 별다른 기대없이 공연장을 찾았다가 첫 장면에서부터 숨이 턱 막히고 오장육부가 벌떡거리는, 공연의 신이 내리는 은총에 전율할 때가 있다. 물론 이런 기적은 1년에 잘 해야 두어 번뿐이지만.
뮤지컬 ‘마마, 돈 크라이’(포스터)가 ‘거의’ 그랬다.
오장육부에는 다행히(?) 이상이 없었지만, 적어도 공연을 보는 내내 몇 번이고 감동의 전류가 찌릿찌릿 몸을 훑고 지나갔다.
‘마마, 돈 크라이’(줄여서 ‘마돈크’라고 부른다)는 꽤 독특한 구석이 있는 작품이다. 일단 등장인물이 매우 단출하다. 달랑 두 명의 남자배우가 나와 두 시간 공연을 끌어간다. 늘씬하고 섹시한 여배우의 등장을 기대한다면 번지수가 틀렸다.
캐릭터도 특이하다 하지 않을 수 없다. 영화, 소설, 만화에서는 인기 캐릭터지만 무대공연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뱀파이어, 즉 흡혈귀가 주인공이다.
천재적인 두뇌를 타고 났지만 연애에는 영 소질이 없는 프로페서V의 소원은 조인성을 능가하는 초절정 매력남이 되는 것. 열 살이 되기도 전에 시작한 짝사랑의 여인이 있지만(프로페서V는 그녀를 ‘메텔’이라고 부른다) 10여 년을 곁에 두고도 말 한 마디 못 붙여보는 소심남 프로페서V은 연구를 거듭한 끝에 타임머신을 만들게 되고, 결국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드라큘라를 만나게 된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눈길만 한 번 주었다 하면 그대로 사랑의 포로로 만들어 버리는 우주 최강의 매력남 드라큘라. 그는 사랑을 애걸하는 프로페서V에게 ‘영원한 매력’을 선물로 준다. 그리고 남기는 한 마디.
“아무도, 사랑하지 마.”
사진제공|페이지1
● 한 품은 프로페서V vs 그로테스크한 뱀파이어
하루는 록밴드의 보컬리스트로, 하루는 배우로. 마치 프로페서V와 같은 ‘이중생활’을 하고 있는 송용진이 프로페서V를 맡았다. “노래보다는 연기에 중점을 두겠다”라던 그의 말처럼 ‘마돈크’에서 그의 연기는 반짝반짝 빛이 난다. 여자가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리지만, 배우가 ‘독’을 품으면 무대에 광기가 스며든다. 이번 ‘마돈크’가 그에게는 광기 스민 무대다.
드라큘라로 나선 고영빈은 살짝 놀랐다. 어느덧 중견배우가 된 고영빈이 ‘치명적인 매력’의 뱀파이어를 어떻게 보여줄까 싶었는데, 확실한 기우. 고영빈의 시니컬한 표정은 섬뜩한 마력을 풍겼고, 흐느적거리는 몸짓은 그로테스크하면서도 섹시했다. 여기에는 그의 긴 팔과 다리도 한 몫을 했겠지만, 배우들의 동작과 안무를 만든 최인숙 안무감독의 솜씨 덕이 컸을 것이다.
록 콘서트와 로맨스의 분위기를 휘저어 놓은 듯한, 한 번 ‘물리면’ 중독이 되어버릴 것 같은 작품. ‘마돈크’는 5월26일까지 서울 흥인동 충무아트홀 중극장 블랙에서 공연한다.
마지막 조언 둘. 2010년 초연 때는 프로페서V와 멀티맨이 등장하는 사실상 모노극이었다가 이번에 2인극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관객의 90% 이상이 여성관객이다. 남자 혼자 가면 많이 외롭다.
● 프로페서V: 송용진, 허규, 임병근/드라큘라: 고영빈, 장현덕 출연
● 양기자의 내 맘대로 평점
감동 ★★★☆ (무대에서 배우가 흘리는 땀만으로도 감동이 줄줄)
웃음 ★★★☆ (웃기는 장면이 곳곳에 있다. 다만 드라큘라는 한 번도 웃겨주지 않는다)
음악 ★★★★ (록 콘서트장을 방불케 하는 파워뮤직 퍼레이드)
무대 ★★☆☆☆ (단출한 무대. 조명을 이용한 그림자 효과는 좋았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트위터 @ranbi3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