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지된 정원/김다은 지음/324쪽·1만3000원/곰
김다은의 장편 ‘금지된 정원’은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 총독관저(옛 청와대관저) 건립지 선정을 놓고 벌어지는 풍수지리학적 논쟁을 첨예하게 그렸다. 곰 제공
20년 전 역사 속으로 사라진 총독관저는 1939년에 세워졌다. 일제 말기 총독 세 명이 살았고 대한민국 정부 수립 후에는 이승만 윤보선 박정희 최규하 전두환 노태우 6명의 대통령이 관저와 집무실로 사용했던 곳. 하지만 청와대 내에선 이곳이 오래전부터 ‘흉가’라는 소문이 돌았다. 이곳을 거쳐 간 총독이나 대통령의 말년이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소설은 풍수지리학적 지식을 곁들여 관저 건립을 둘러싼 흥미로운 팩션을 완성한다. 작품을 읽는 내내 ‘관저 터가 과연 명당일까, 흉지일까’ ‘왜 경복궁 밖에 관저가 지어졌을까’라는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흥미로운 질문으로 가득한 엔터테인먼트 소설이다.
서울 남산 왜성대에 총독관저가 있던 1930년대 중반. 총독은 ‘생명의 집을 지어라’는 모친의 편지를 읽고, 새 총독관저 터를 찾는다. 이름 난 지관들을 모아 경복궁 내에서 터를 찾게 한다. 조선 최고의 실력을 가진 김 지관은 고민한다. 제대로 된 명당을 알려주면 지관의 본분은 다하지만 조선 백성의 본분은 저버리게 되는 것. 그는 역시 지관이었던 부친이 앞을 내다보고 남긴 비밀 메모를 발견한다. ‘비책은 경복궁의 금원(禁苑), 금지된 정원이다’는 알 듯 모를 듯한 주문. 그는 이를 토대로 총독관저를 흉지인 경복궁 밖 정원에 짓게 하도록 총력을 기울인다.
소설가 김다은
다만 책장을 덮고 나면 몇몇 중요 인물이 단지 작가가 소설적 재미를 위해 넣은 소모품처럼 느껴진다. 통역사인 ‘세린’이나 세린을 연모했던 일본 관리 ‘하루키’가 그렇다. 이들이 총독이나 김 지관과는 달리 너무 평면적인 인물로 그려지는 탓에 작품의 집중력이 흐트러지는 듯하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